아틀란티스의 잔해 위에서

by 지구 사는 까만별




사라지기 전의 아틀란티스.

마음을 먹으면 당도할 수 있는 물의 구역에, 여전히 물비린내의 향수를 느낍니다.

오래전 초겨울이었습니다. 햇살이 비늘처럼 반짝이며 부서지고 있었지요. 저 멀리 보이는 햇살은 뿌옇게 풍경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수궁을 감싸는 먼지가 새벽녘에 비늘처럼 부서져 내립니다.



정박을 하기 전, 조금씩 물비린내가 나기 시작합니다.(제가 오늘날까지 회상하는 냄새가 이것입니다. 눈을 감고 향수를 뿌렸을 때 아틀란티스로 갈 수만 있다면!)

먼지는 바닷속에 내려앉아 도시의 색채가 점점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침내 아틀란티스에 발을 디딥니다. 낯선 언어를 쓰는 이방인들을, 바닷속의 기둥들이 지탱합니다. 기둥들은 언제나 말이 없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사람들의 발자국을 들으며 바닷속에 비밀들을 고요히 묻어둡니다.



도시의 골목길을 따라 걷습니다. 도시에는 옛것을 파는 작은 가게가 골목의 사연만큼 많습니다. 사연 속에 나를 스치고선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광장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교회 앞에는 날개 달린 사자상과 여러 카페들을 마주합니다. 이전의 많은 문호들도 이곳에 자주 발을 디뎠었지요. 대성당의 종탑 아래 나의 숨결을 묻혀둡니다. 분명 기둥에 나를 남겨두었는데, 나만 도시를 기억하니 조금은 쓸쓸합니다.



거리에는 말이 달렸던 흔적들이 남아있어요. 한때 돌을 부수며 함께 하였을 말들을 상상해봅니다. 재갈을 풀고 달려 나간 말 대신 산책을 하다보니, 작은 선착장이 나옵니다.

작은 배에는 뱃사공과 악사가 있어요. 얕게 휘청이는 물결에, 폐호흡으로 맞이하는 아틀란티스가 반짝입니다. 악사는 도시의 음악을 연주하고, 사공은 점점 빛나는 도시로 나아갑니다. 마음이 휘청이는 건 분명 물살 때문일 겁니다.

물살을 가르며 나는 아틀란티스를 떠나야 했습니다. 파도가 치면 도시의 이끼도 점점 자라겠지요. 폐호흡을 하는 인류가 목도할 수 있는 아틀란티스는 이끼가 끼고도 이끼처럼 끈질기게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이니까요.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베네치아의 소멸을 언급할 때면 나는 물비린내에 잠겨버린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마음이 먼저 가라앉는 소식이 들릴 때면 나는 말이 없던 바다의 기둥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됩니다. 도시는 역사의 비밀들을 안고 영원히 바닷속으로 전설처럼 남아버릴까요...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가 아닌, 눈을 감아야만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향수가 된다면, 이끼처럼 남아있을 도시의 기억들을 아프지만 조용히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