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널브러진 평범한 것들을 특별하게 주워 담는 마음가짐을 저는 행복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늘 사는 동네를 가볍게 벗어나 보려 해요. 저는 행복보다 더 좋은 걸 오늘 주워올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는 편도 오차선의 도로에서 만날 수 없던 작별을 왕복 이차선의 도로에서 미리 만납니다. 도로가 1차선까지 좁아지면 뒤돌아서자는 작은 약속을 지키러, 낙엽이 저를 뒤따라옵니다. 차창에 이어지는 풍경을 함께 경험하고자 작은 잎사귀들이 발끝을 들고 나란히 걸어옵니다. 작지만 어리지 않은 잎들인데도, 노란 옷을 지어입고 호위하듯 총총 뛰어오는 행렬에서 유치원생이 생각나 미소가 지어집니다. 먼지 뽀얀 게으른 도로는 차 한 대와 무수한 나뭇잎의 발걸음에야 느린 햇살을 맞습니다.
이제 막 일어난 도로와 달리 작은 강줄기는 주말 신새벽부터 태양에 반짝였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은 차창을 지나, 제 마음속에도 흘러내려요. 강물은 오래도록 반복되고 있는 'river flows in you' 피아노 선율처럼 시간을 따라 아래로, 어디엔가 있을 인간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인간의 바다에는 과거가 가득합니다. 어릴 적 지겹도록 보았던 나무에 달려있던 뿌연 다홍빛 전구가 이곳에도 수두룩 합니다. 잠시 차에서 내려 감나무 숲을 올려다봅니다. 숲속 미술관에 앙상한 가지들이 끝도 없이 주렁주렁 하늘과 나무들을 둘러쌉니다.
오늘 행복보다 더 좋은 걸 주워 담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길의 끝에서 주워 담은 건 어린 날의 행복이었습니다. 어린 날 모든 감각을 써서 경험한 것인데도 유년은 강물처럼 아래로 흘러가버립니다. 현명한 시민들은 카메라를 들어요. 강물은 흐를지라도 사진은 찰나를 영원으로 남겨주니까요.
우주의 순간을 존재하는데도 잃는 게 너무 많은 우리는, 순간을 사는데도 순간을 남기는 기계를 애용하곤 합니다.
오늘도 기계는 평범한 것들을 남겨줍니다. 피사체들의 이름은 행복입니다. 함께 풍경을 달려준 낙엽과, 함께 해를 맞은 도로와 강, 함께 과거를 기억해주는 감나무까지...
아까울 것도 없이 과거로 표표히 떨어지는 가을의 뒷모습은 빈 커피잔처럼 그윽한 향을 추억합니다.
차창 밖으로, 저처럼 카메라를 든 소풍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을, 가족, 풍경 어느 하나 찾기 힘든 게 아닌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제 저는 순간을 주워 담을 시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평범하여 특별한 나들이는, 차에 내려서부터 시작됩니다. 순간들로 영원을 사는 저는 조용히 오늘을 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