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늘 불같이 없다. 쌀도 다섯 남매를 먹이면 불같이 사라지고, 시간도 밭 갈고 밥 짓다 보면 불같이 사라진다. 하루하루가 불에 데일듯 다급한데, 아궁이의 장작은 꺼질 듯이 항상 모자라다.
그러다 픽.
남동생이 꺼져버렸다.
매캐한 연기로 자욱하게 현기증이 난다. 어지러움을 참으며 동생이 살았던 도시로 마지막 배웅을 갔다 와도 남동생의 생기가 꺼졌음을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
다시금 살아왔던 집 부엌에 내려 앉아 바짝 마른 나무장작들이 불이 되어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본다. 언제나 불같이 태워내며 살아가도, 어떤 장작에도 남동생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접어왔어도, 나는 불씨 하나를 다시 살릴 수가 없다.
불같이 없는 나는 불조차 지켜낼 수 없는가...
오늘 내 속의 불덩이가 목구멍을 거슬러 자꾸만 기어 올라온다. 사나운 마음에도 저녁밥을 짓고 있는 사사로움의 부재. 원래 불같이 없으면 매일 불을 피워야 한다.
해가 좀 졌을까. 어느새 막내가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오늘 내가 불을 피우는 이유.
"엄마... 외삼촌은 잘 보내드렸나... 많이 슬퍼? "
너도 성탄절에도 오지 않는 산타할아버지 대신 매년 선물을 잔뜩 들고 내려오던 멋있는 외삼촌이 보고 싶구나... 나는 빈손의 멋없는 모습이라도, 내 하나뿐인 동생을 만나고 싶다...
"그렇긴 하지..."
막내에게 따스한 숨을 내뱉고 다시금 불씨에 집중했다. 얼굴이 붉어진 건 서산으로 기우는 붉은 해와 군불의 열기 때문이다.
막내가 읽던 동화 중에, 성냥을 피우면 먹을 게 나오는 그림책이 있었다. 우리는 군불을 보며 동생이 가져온 초콜릿과, 작은 장난감과, 시골까지 오기 위해 타고 온 썰매였던 검은 자동차와, 둘이서만 기억하는 어린 시절과, 마지막까지의 좋은 기억들을 모두 태웠다. 다 태우고서 하얀 게 남았는데, 그게 동생과 너무 비슷하여 나는 동생을 먼저 보내고서 오래도록 아궁이를 바라보았다.
불이 꺼진 아궁이를 은은하게 비추는 장지문. 그 장지문 속에, 불이 꺼지고도 불같이 살아야 할 내 아이들이 들어있다.
불이 꺼졌다고, 완전한 어둠은 아니구나. 내 아이들아...
나는 야식을 들고, 다시 장지문을 향해 걸어간다.
P.S 제 인생 최초의 산타는 외삼촌이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빨간 옷 대신 멋진 정장을 입고, 저희 남매를 위한 선물을 사오시던 모습... 굴뚝 대신 대문으로 들어오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면, 산타 없는 성탄절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키크고 잘생긴 외삼촌의 늙은 모습을 알지 못하여, 외삼촌이 떠난 나이가 지난 지금 외삼촌을 떠올려봅니다. 외삼촌의 누나가 할머니가 된 지금도, 외삼촌은 제게 여전히 멋있는 산타아저씨입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로처럼 타오르네요. 모두 평안한 성탄절 보내세요.
# 『 8학년 국민일기』 시리즈는 친정엄마의 시선으로 막내인 제가 써보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