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에서 기쁜 날은 혼밖에 없더라

두 도시의 인사

by 지구 사는 까만별




두 여자가 맞절을 한다.


말 그대로 베일에 싸인

여인은

베일에 싸인 미래를 보며


사그락 사그락

애꿎은 치맛자락만 휘감긴다


베일을 쓴 건 흰 옷 쪽이지만

신랑이 베일에 씌인 건

한복 쪽인 작은 단상


거대한 파도 앞에서

창포물을 들이며

은은한 기도만 할 수 있었던

작은 간절함들.


보드라웠던 두 손은

애꿎은 치마 끝자락만 기도하듯 헤아린다


치마를 헤아리던 맞절이 끝나고,

두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시점들을 마주 본다.










P.S

어느새 조카들이 결혼식을 치르는 풍경을 마주합니다. 조카들의 화양연화에서 어찌하여 제 부모님을 떠올렸을까요.

상대가 누구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결혼했던 그 시절...

자식이 결혼해서 삶이 고달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물 한 그릇 앞에서도 정갈하게 무릎을 모으고 입술을 오물거렸을 외할머니가 연상됩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결혼은 여전히 새 출발이네요. 기도 대신 박수를 받으며 길을 걷는 나의 조카들. 멋진 옷을 입은 최고의 날을 바탕으로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옆에서 조용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