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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지구 사는 까만별
Apr 16. 2023
풀잎같은 너에게
달라진 건 나의 나이뿐.
여름도, 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나는 홀로 작은 동산에 가곤 했습니다.
나처럼 푸르
던 나무에는 서투른 풀잎들이 넘실거렸습니다. 봄은 서서히 시들어가면서 여름을 돌아보고, 느려진 햇살에 점점 더위가 실립니다.
여름의 초입에 밝혀둔 하이얀 램프에서 여름의 향이
물씬
나고, 나도 제법 여름인 것 같습니다. 키도 엄마와 비슷해졌고, 아빠처럼
한자
신문을 읽기도 합니다. 도시로 간 오빠처럼 기타를 치기도 합니다.
근데 자꾸만 어른들은 나보고 어리다고 합니다. 괜히 툴툴거리고 싶어 오늘 난 아카시아 나무를 찾아온 겁니다. 잠시 책가방을 풀밭 위에 팽개쳐놓고 난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나를 좋아할까? 어른들처럼 그냥 나를
어리다고만
여기진 않을까? 아지랑이처럼 복잡한 마음이 들어, 난 고백이 묻은 이파리를 꺾어 잠시 바라보다
세
어나갑니다.
좋아한다...안좋아한다...좋아한다...안좋아한...
한 잎 겨우 남았을 때 이파리가 괜히 겸연쩍어합니다. 시무룩한
표정을 바라보던 숲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금 풀벌레 소리를 냅니다. 나는 또 가지를 꺾어 산뜻하게 마지막 잎을 뜯을 때까지 바닥에 이파리들을 떨어뜨렸습니다.
책가방 대신 이파리들이 쌓인 나무 아래. 연두색으로 빛나던 그곳이 내 청춘의 둔덕이었을까요... 둔덕들은 몇 날 며칠 빛나고, 내 손과 연필에는 오래도록 풀향이 났습니다.
오빠가 치던 기타에 먼지가 끼듯이, 이파리도 손가락도 수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나의 손가락들 뿐. 시간이 지나도, 여름과 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나는, 소중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 지 궁금할 때 조용히 마음속으로 아카시아를 꺾는걸요.
고향의
숲에는 여전히 봄볕에 꽃들이 낮잠을 자고 있을 겁니다. 자신이 여름인 줄 알고 나뭇가지를 꺾던 작디작은 봄을 올해도 여전히 기다리며...
P.S
아카시아 향기가 들려올 즈음이면,
초원
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춘기 시절의 제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써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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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봄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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