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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정화

가족 사진

by 지구 사는 까만별



낡은 시계소리가

가사를 붙여 시간의 파편을 노래한다

너가 넘길 사진첩에

너를 지켜준 파편들이 담겨있다고


사진첩에 중년의 엄마가 있다.

중년의 엄마와 사진첩을 넘기는 나는

같은 나이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같은 나이의 나보다 더 무거운 뭔가를

온 몸에 지고도

꽃잎처럼 곱다.


꽃잎과 꽃잎이 지켜온 자식들이 흑백의 뒤안에서 웃고있다.

왜 엄마의 짐이 무거운지 자식들은 모르기에 웃고,

엄마는 알고도 가장 환하게 웃고있다

엄마는 온 몸에 짐을 졌기에

꽃잎처럼 곱다.


짐의 무게로 짓눌려 왜소해진 당신이 있다.

사진 밖에서 손짓을 해도

나올 수 없는 얼굴들을 보며

사진보다 늙은 두 얼굴이

시계소리와 함께 넋두리를 한다.


두 넋두리에도 흑백의 엄마가 활짝 웃는다.

흑백인 나와 동갑인 내 딸의 웃음에

파편이 되어서라도,

지켜주겠다고 노래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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