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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Nov 29. 2021
나의 글은 평안한 현재 위에서 지어진다. 나의 글을 지키는 내 삶의 평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시간은 23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겨울의 입구에서 감수성이 풍부한 한 여자는 성실하고 착한 남자와 식을 올렸다. 무지개처럼 이어진 우리는 무지개처럼 어여쁜 딸도 만나서, 여태껏 인생에 다양한 무지개들을 함께 걸어왔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걷는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지개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모난 생각들은 둥글게 다져간다. 동행을 위해 보폭을 맞추듯이, 살아왔던 서로의 궤적을 오래도록 맞추어나가며 그렇게 걸어간다.
부족한 내가 부족한 한 사람을 만나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완전한 하루를 만든다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말이 되기에 역설이다.
대학생인 딸아이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케이크를 사주어, 함께 초를 불었다. 하지만 내가 받은 선물은 케이크가 아니고 나와 함께 길을 걷는 남편과 딸아이의 존재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귀한 보폭의 맞춤. 불완전한 나의 완전한 행복이야말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역설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