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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Jan 15. 2022
또 다른 문명을 배우기 위해 떠난 여행길.
하루의 여정을 끝내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의 어둠 속에서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창밖의 낯설게 휘영청 빛나는 불빛을 무심히 뒤로 물려두고 기록된 문명을 읽는다.
책을 넘기는 아이를 바라보다, 음악을 켜 창밖의 빛나는 문명을 바라본다. 아이가 새로운 문명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간 여행이지만, 그곳에서 가장 많이 배운 건 편견을 버리는 법을 배운 나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가, 내 안의 편견들을 부술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들이었다. 같은 해를 보고 일어나서 같은 별을 보며 잠에 들지만, 장소에 따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기에.
그것이 문화가 되었고, 운이 좋은 곳들은 문명으로 남았다.
하루에 다섯 번 신께 기도를 올리는 곳, 이가 깨진 접시도 버리지 않고 귀한 음식을 담아내는 곳, 맑은 날이 잘 없어서 우울한 사색 속에서 철학자가 자라난 곳, 남이 사용해서 씻어놓은 수저보다 본인의 씻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곳...
이 모든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는 순간, 다양한 문화가 내 앞에 찬란하게 피어날 거라 생각한다. 낯선 땅에서 들여다보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방식이 설령 누군가에 의해 기록이 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의 기쁨과 한이 서린 서사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땅에는 한국과 달리 올리브나무가 자랄 수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너른 바다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모든 흔적을 우리는 문화라 부른다. 비록 문명이 되지 못했더라도, 충분히 찬란한 서사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