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시작한 한 드라마 덕분에 주말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전작에 워낙 감동을 받았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제목은 '우리들의 블루스'.
블루스는 아프리카 전통음악과 노동요, 유럽계 미국인의 포크송을 뿌리로 두고 섞인 음악.호화로운배우들의 열연과 작가가 쓴 서사와 등장인물의 행동이 어떤 음악을 낳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박자를 맞추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윽고 막이 열린 그곳에는 배우는 없었다. 오직 등장인물만이 음악과 인생에 대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은 어느 무용수가 추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시장에 생선이 도마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움직임과 닮아있었다. 비린내는 꽃향기보다 아름답기 힘들지만, 살려고 발버둥 치는 생선의 반짝이는 비늘은 어쩐지 우리를 닮아 눈부시고 번져 보였다.
이 드라마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라서 매주 포커싱을 잡는 주인공이 달라진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가도 어느 인생의 조연으로서 은은히 배경으로 존재하는 우리 사회 위에 카메라만 얹어진 느낌이다.
원경은 풍경, 근경은 전쟁이 바로 인생이라 했던가. 우리 삶도 저렇게 찍어서 보면 아름다워 보일까 하는 다소 뻔한 질문도 하게 된다. 등장인물의 치열한 일상과 상처 위에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현존한다. 평범하게 기쁘고 슬픈 우리네 이야기들도, 우리 동네를 아름답게 만드는 근원일 거란 희망을 얻게 된다. 다양한 군상을 통해 카메라가 노래한 블루스는 변주 가득한 인간 찬가였다.
벚꽃이 떨어져도 나무의 여름은 계속되듯이, 화양연화가 아련해진 시기의 인생들도 삶이 지속되는 한 변주적이며, 격정적이며, 슬프며, 결국에 아름다울 것이리라. 그것이 어떤 배우의 열연보다도 진실한 '우리들의 블루스'이기에...
즉흥적인 삶의 음악을 기쁘게 누리고 사랑하기를.
#리뷰나 서평은 잘 안 하는데, 노희경 작가님의 전작이 워낙좋아서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