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by 지구 사는 까만별




오늘도 집집마다 삼엄하게 잠겨있는 도시의 현관들. 그러나 이따금 방범에 따스한 균열이 생길 때가 있다. 그 시작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들.

"띵동. 옆집 할맨데 김장 한 포기 줄까?"


"띵똥. 언니~ 나 지나가는 길에 빵 보니 언니 생각나서 좀 샀어. 잠시 내려올래?


"띵동. 오늘 꽃시장 갔거든. 네 생각나서 조금 더 샀다. 별거 아니지만 이쁘니까 그걸로 역할을 다 한 거 아니겠나."


띵동. 저 소리 덕에 하얗게 비어있던 식탁이 채워진다. 겨울로 차갑던 내 마음도 이웃사촌들의 마음으로 배부르게 채워져 간다.


삼엄한 경비를 녹이는 건 사람의 마음들이다. 왜인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떠오른다. 소설에서 빵집 주인은 자식을 사고로 잃게 되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부부에게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정성껏 대접한다. 자식의 죽음과 비교하면 갓 구운 빵이라는 건 참 별게 아니지만, 그 별 거 아닌 것이 부부에게 위로가 된다.


우리 집의 고요를 깨는 이웃의 초인종 소리들. 반짝이는 보석들과 비교하면 참 별 거 아니라 느껴지는데, 나는 이 별 거 아닌 것들이 참 좋다.

꽃 단풍 바람 별 노을 하늘 음악 그리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설원처럼 맑아져 오는 기분이 든다. 서로에 의해 맑아진 바른 마음들로, 잔뜩 흐린 세상의 길들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만남들을 사랑한다. 세상의 거대한 흐림에 비하면 별 것 아니나, 마음을 밝히는 것들은 실로 생에 도움이 된다.


어떤 문인이, 문학도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기에 존재한다고 했다. 내가 올리는 글들도 독자가 살아가는 삶의 무게에 비하면 참 별 거 아니겠다만, 그대들의 삶에 티끌만큼의 쉼이 되어 내일의 원정에 티끌만큼의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