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탱고에게서 소주냄새가 난다. 노래에서 나는 술냄새를 들이켜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탱고를 만난 건 엄마가 즐겨보시던 가요무대였다. 모든 일을 마치고 보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전주를 들으며 엄마는 잠이 들었다. 꼭두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다 겨우 텔레비전의 빛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삶. 나는 그게 싫어 탱고를 닮은 도시로 나왔다.
정열적인 불빛 아래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춤을 추었다. 불빛은 꽤 건전한 색감이었지만 엄마에 비하면 탱고 같은 삶이었다.
그러다 가족을 만나고 내 춤의 템포는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어 느려졌다. 그렇게 느려지다, 가요무대를 보던 엄마와 비슷한 속도로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중년이 되었다. 어느 날 흘러나오는 노래에서 나는 진한 술 냄새를 한 잔 들이킨다.
소주 냄새가 나는 탱고에서 바다 비린내가 났다. 역설적이게도, 양식장 횟집에서 밖에 못 맡아본 농촌의 아버지에게서 비슷한 정서가 흘렀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나처럼 자식을 만나 춤의 속도가 느려진 아버지. 나보다 더 속박되어 노동했던 아버지는 어떤 것을 잃고서 반주를 하셨을까...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한 집에서 당신처럼 늙어가고, 잃어버린 건 젊은 날의 서로가 아니었을까. 아버지는 서글픔도 모른 채 새참을 드시고 다시 쟁기질을 하셨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곳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그저 낡은 음악이라 생각한 곡에서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아버지의 냄새가 풀풀 난다. 춤을 멈추고 풀밭 위에서 반주를 하시던 내 아버지...
청춘의 미련도 없이 농을 던지는 아버지가, 다시 못 올 곳을 가리킨다. 더 이상 탱고가 낡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낡아 간다. 노래에서 나는 진한 술 냄새에 오늘도 아버지를 부른다.
https://youtu.be/znHnfR0wdXU?si=kREI_16RqygrHrqX
P.s 한해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