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산자락에 걸터앉아
붉어진 얼굴로 숨을 고른다
앉아서 쉬는 모습이
기울어가는 지난 일 년과 닮은 듯하다.
사라져 가는 빛으로 차갑고도 긴 밤을 쓰다듬는
저 붉은 순간
한겨울 길목을 스치던 청춘일 때도
내게는 붉은 하늘이 있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가
하얀 겨울을 걷다 보면
수상하게 알록달록한 테이프를 파는 노점상에서
알록달록한 캐럴이 흘러나왔다
출처를 모를 가락들이 땅거미에 녹는 걸 볼 때
긴 생머리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따스해져 왔다.
머리에 살짝 굴곡이 진 지금
더 이상 길거리에서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붉은 시간이나
수상하게 알록달록한 노점상이나
긴 생머리의 시절들도
결국에는 시간 앞에 사라져 가는 것
그러나 해가 진 저녁 밤
상점들에 불이 켜지고
거리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생머리일 때나, 지금이나
겨울이면 멈추지 않는 간절한 기도의 종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