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종로에 나왔다.
길지 않은 시간이 허락되었지만 내게 종로는 떠다니는 수많은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종로 3가에서 약속이 있어 가던 중 1시간 남짓 시간이 남았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서 인사동길을 거쳐 탑골공원으로 갈 요량으로 안국역에서 내렸다.
이 길을 국민학생이었던 때 올랐고 중고등 시절에도, 또 사회초년생 시절에도
2년간 오르락내리락했다.
인사동 입구 크라운베이커리 단팥빵 하나로도 행복할 때도
안국역 지하철 계단을 올랐다. 퇴근시간과 맞물려서 인지 인파가 몰렸다.
난 여유롭게 오르고 있었지만 근처 회사에서 일을 마친 이들은 바쁜 발걸음으로 뛰어 어디론가 가려고 했다. 난 그들이 머물러 있던 곳을 즐기고자 했지만 그들은 빠르게 빠져나가려고 했다.
뭐 볼게 있어서 왔냐는 듯. 빨리 도망가야지 하는 듯. 보였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웃고 즐겼다.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동양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닌 서양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수도 엄청 많았다.
덕성여중고 주변 예전 보안사가 있던 자리는 큰 공원이 생겼고
그 공원에는 아름다운 꽃 정원과 상징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난 잠시 벤치에 앉았다. 여행을 할 때면 항상 하듯이 길 위의 모든 것들을 즐겼다.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여유로운 공원을 상징물을 불빛을.
이런저런 생각 중에 아이들 생각을 했다.
나의 어린 시절과. 그리고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일산에 사는 것을 살고 있는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나에게 이곳은 서울의 중심인 종로는 집 앞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쇼핑을 할 때도 외식을 할 때도 데이트를 할 때도 종로는 내게 가까운 곳이고 편안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경제적인 이유로 서울에서, 종로에서 살 수 없기에
이 좋은 환경을 그리 쉽게 접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허락된 시간을 보내고 인사동 길을 건너 약속 장소인 종로 3가로 이동했다.
탑골공원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의 풍경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면 항상 걸으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길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내게 추억이 되고 감동이 되기 때문이다.
나를 설레게 한다. 길 위의 모든 것들이.
오랜만에 들린 종로는 내게 추억이고 감동이 되었다.
저녁 바람이 시원 해져 가을이 되고 있었다.
이 글은 이란성 쌍둥이 아이(장애인)를 키우며 살아가는 기록의 일부입니다.
연재중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If Only I We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