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벌써 3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고질병이 있다.
사실 예방과 치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면 그냥 통증이라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났을 테지만 나 자신이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억울하게도 그 증상은 내게 고질병이라 불리고 있다.
그 고질병은 바로 허리 디스크, 추간판 탈출증이다.
대학 1학년때 처음 다치고 난 후 지난 30년간 정말 내게 끈질기게도 함께 기생해 왔다. 3번의 수술, 1번의 재수술 수술만 4번, 그리고 통증 때문에 아파서 누워 있던 시간을 합하면, 도저히 통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최소 3~4년은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듯하다.
그 시간은 내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우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마음은 힘들었지만 적어도 시간적인 여유는 분명 있었다. 그리고 진통제를 먹거나 맞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통증은 이내 사라져 그냥 게으른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책을 가까이하게 된 것이. 사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지금은 너무 많아졌지만
내가 선택했던 것은 오직 책이었다.
일주일, 2주, 한 달을 누워만 있었던 그 시간에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다. 일종의 의무감이었고 그로 인해 면죄부를 받는 느낌도 있었다.
어떤 때는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도 있었다. 누구의 간섭 없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없었다면 그때 책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인생에서 가정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나의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가정에 대한 가장 중요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질병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여유를 준 것에
대해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가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 통증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때만 빼고 말이다.
이 글은 이란성 쌍둥이 아이(장애인)를 키우며 살아가는 기록의 일부입니다.
연재중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If Only I We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