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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늦은 저녁 시작된 열차는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이어진다.
참고 참고 또 참고
꾹꾹 눌러왔던 곳에서 비로소 떠나왔다.
7월.
내리쬐는 땡볕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지난 며칠.
차가운 에어컨의 냉기가 겉옷을 걸치게 만든다.
열차 안이다.
출발하고 조금 한산하더니 이내 시끌벅적 해졌다.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고 사상에 도착해 다시
기차역으로 가는 이 길 위에
그래. 그때도 여기 있었다. 벌써 몇 해 전이다.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탔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넓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치맥을 즐기는 이들
복도에 서서 맥주를 마시며 동행과 수다 떠는 저들
많은 사람들이 탔는데도 유난스럽지 않은 밤기차.
건너편 너머에 앉아
남자 어깨에 기대서 웃고 있는 저 여자
'넌 이런 거 못하지?' 하며 내게
사악한 웃음을 보내는 듯하다.
동대구를 거치며 익숙한 향기에 잠시 빠졌다.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자정.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나와 같은 정동진으로 향해가는 것일까.
모두들 이 늦은 시간까지 어디를 향해가는 걸까.
늦은 시간
많은 사람들
가능한 정적
흥미로운 저녁.
방랑자가 되어간다.
홀연히 자연스럽게 녹어 기필코 익숙해질 테다.
잠은 이룰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내일 아침은 뭘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