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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디서 왔어요?
b. 경남 진주에서요.
a. (놀람)그 먼데서요? 혼자 왔어요?
b. 네..
a. 친구 없어요? 애인이랑 와야지
b. 그냥 혼자가 편해서요.
a. 혼자 뭣하러 이 먼 곳까지 와요. 남자 친구랑 오는 것도 아니고
이런 데는 남자 친구랑 같이 와야지~
b.(하하) 네 내년에는 남자 친구랑 같이 와야겠어요
a. 요즘에는 여자 혼자 많이 다녀~
그런데 거기도 바다 있잖아요?
b. (당황)아.. 그냥 혼자 멀리 와 보고 싶었어요.
더위와 맞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운전기사님이 내 경상도 말투 때문인지 몇 마디 물으셨고
내릴 때가 되어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펜션 이름이 적힌 명함을 주시며 다음에 오면 들리라고 했다.
전혀 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럴게요 애써 영혼 없는 웃음과 함께 명함을 받았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문득 내가 사람들에게 의문의 존재가 될 때가 있다.
하긴.
어느 먼 도시에서 여자 혼자서 이 작은 도시까지 여행을 왔다고 하면
여기까지 뭣하러 왔냐고. 할 것 같다.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일 따위
기껏해야 5분 10분 남짓 대화를 하면서 뭘 바라는 건지.
아니요 사실은 그게 아니구요 붙잡고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차라리 잠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게 낫다.
나중에
저 멀리 진주에서 어떤 여자가 혼자서 이곳까지 왔더라 하며 몇 번 입에 오르내리겠지.
그렇게나마 타인의 기억에 잠시 스치는 존재가 되는 일이라.
나쁠 것 없다.
강릉에서 다시 서울로.
2시간 반이면 온다더니 3시간 반이나 걸렸다.
무척 오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어려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건
나무와 산과 하늘과 구름이었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곳이라 창밖 풍경이 유독 좋았다.
한참을 바라보며 달리자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히려 졸리는 눈을 비비며 잠시도 놓치지 않으려
풍경을 더 담으려 한 것 같다.
강원도는 그렇게 또 내게 아쉬운 곳이 되었다.
날이 시원해 지거나 겨울이 된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그때가 되면 혼자 다니는 의문스러운 여자가 되지 않도록
인연을 데리고 와야겠다.
어제는 하루 종일 냉기로 가득 찬 호텔방에 몸을 맡겨두었다.
비로소 휴가다운 휴가를 보낸 느낌이다.
자주 다닐수록 이것도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
멋있지도 재미있지도 근사하지도 않다.
그저 돈을 투자해 다른 곳으로 왔을 뿐 그곳의 카페나 이곳의 카페나.
감흥이 없다.
아픈 발로 많이도 다녔다.
여행을 좀 더 오래 길게 가고 싶다.
어디로 가면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