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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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림

위가 많이 아프다.

밥을 먹을 때도, 먹지 않을 때도

콕콕 쑤셔 답답하다.

집을 나가려 했는데,

이상하게 나가 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가족애'라는 걸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살려고 해도 자꾸 안 된다.

이 집의 모든 것이 싫다.

나는 피해자이다

자꾸 어릴 때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괴롭힌다.

아무도 나를 다독여주지 않았다

치료해 주지 않았다

어릴 적 엄마아빠의 지독히도 반복되는 싸움이면

방문을 닫고 울면서 나는 왜 이 집에 태어났는지를 물었다.

답이 없는 눈물만 주르륵 내려왔다

옆에 있어준 유일한 내 편은 이제 세상에 없다.


지금 이러는 건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라는데

난 뭘 또 그렇게 잘 못한 걸까.


여전히 사는 게 의미가 없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겠다

살아있기 때문에 사는 건지.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뭐가 다 이렇게 힘든 건지

젊음이 지나고 나니 남은 건 온통 고통뿐.

희망은 개뿔.


살면서 하고 싶었던 일도 이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과연 있긴 할까.


몸이 자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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