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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나온 여행 어딘가 쯤에서부터
늘 혼자였다.
일부러 말 걸지 않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너무 숨겼었나.
그렇게 쉽게 틈을 내주지 않겠다던
뾰족한 자존심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그렇지.
적당한 관계
적당히 소개를 하고
이곳에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소소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잘 못할 줄 알았다.
한번 열리면 다 주는 성격이라
스쳐갈 인연에 정 들이지 않았다.
그런 나였는데.
어쩜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아주 능숙하게 적당히 미소 짓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질문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지켜가며
여행에서 만나 스쳐가는 인연에 대처하는 매뉴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