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눈아
너무 갑작스러웠다.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나라고 어찌 그 녀석을 피해갈 수 있겠냐마는 오려면 힌트라도 주던가.
도둑놈처럼 슬며시 오다니. 노안이란 몹쓸 녀석.
올해 1월,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면서 하루 종일 긴 글과 씨름하고 있는 동안
점점 눈앞에 뿌옇게 변하는 걸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긴장해서 그래. 낯설어서 그래. 심리적인 이유야. 곧 지나갈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앞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기어코 작업할 때만 쓰던 작업용 안경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3개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모니터를 봐도 눈이 어른거리고
책을 봐도 초점이 잘 안 맞는 걸 보면 분명 노안이 확실하다.
나도 이제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구나. 에헤라 디야~
10대에 처음 안경을 쓰고
20대에 콘택트렌즈를 끼고
30대에 라식수술을 하고
40대에 다시 안경을 쓰게 되었다.
한때 '눈은 참 예쁘다(중요한 건 '눈도'가 아니라 '눈은'이다)'는
말을 듣기도 한 나였지만 세월은 이길 수 없구나.
그나마 눈이 괜찮을 때 책을 많이 읽어두라던
선배들의 말이 이제야 조금씩 실감난다.
좀 더 읽을걸, 좀 더 많이 봐둘걸.
노안(老眼)이 와서 No安이 되었지만
더 나빠지기 전에 한 권이라도 더, 한 장이라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