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불가피한 시대, 빠르게 사업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 기업들
코로나 셧다운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산업과 규모를 불문하고 모든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2020년 글로벌 GDP 성장률은 -3.8%로, 0% 전후였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1900년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감소세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GDP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역성장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에도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존재한다. HBR에 따르면 최근 네 번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14%의 기업은 매출액과 EBIT(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 수익이 모두 상승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장한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잘 이겨낸 기업들이 택한 대표적인 전략은 ‘피벗(pivot)’ 이다. 피벗은 농구 등 구기 종목에서 따온 용어로 한 발은 붙인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비즈니스에 적용될 때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인해 처음의 계획과 틀어지는 경우 재빠르게 비즈니스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전략을 뜻한다. Wharton School 교수 Mauro F. Guillén(마우로 F. 기옌)에 따르면 피벗은 생존이라는 단기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회복력과 성장성을 키우는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 및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벗 전략을 사용해왔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초기의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벗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를 만드는 Slack(슬랙)의 경우, 처음에는 ‘글리치’라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출시한 게임의 반응이 좋지 않자, 2013년 게임 개발 중에 만들었던 내부 메신저를 빠르게 사업화해서 성공을 거뒀다. 이를 통해 회사는 1년 2개월 만에 유니콘(시장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코로나19 위기는 기업들이 피벗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Mckinsey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52%의 경영진이 새로운 비즈니스 구축을 뉴노멀 환경에서의 성장을 위한 최우선 순위 전략으로 꼽았으며, 이를 주요 전략으로 선택한 기업의 약 74%가 업계 평균 이상의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평균적으로 유기적 성장 자본(organic-growth capital)의 3분의 1을 새로운 비즈니스 구축에 배정하는 등 우선순위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후발업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며, 이러한 현상은 일부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즉, 새로운 비즈니스 구축을 우선시하는 회사는 타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변동성과 경제적 충격에 더 큰 탄력성을 갖고 있으며 비즈니스 구축 경험을 쌓을수록 더 많은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벗 전략으로 코로나 여파에 잘 대처한 사례로는 2006년 설립된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업체 Spotify(스포티파이)가 있다. 스포티파이는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로, 코로나 이전에는 주요 수입원인 구독료 외에도 광고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광고주들이 광고비를 삭감하기 시작했고 전략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응한 스포티파이의 피벗 전략은 기존 음원 외에도 팟캐스트 형태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해 새로운 수익과 구독자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와 사용자가 한 달 만에 15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를 업로드 하는 것을 파악하고, 유명인들과 독점 팟캐스트 계약을 체결, 재생 목록을 큐레이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해 코로나 시대 유행을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빠른 비즈니스 전략의 수정, 즉 피벗 덕분에 스포티파이는 2020년 1분기 코로나 여파로 인한 매출 감소를 극복하고 3분기에 2019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19억 7천 5백만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유료 서비스인 프리미엄 요금으로 발생한 매출은 2분기 대비 2% 상승한 17억 9천만 유로, 광고 수익은 41% 상승한 1억 8천 5백만 유로를 차지했다. 2020년 3분기 사용자 수도 증가했는데, 월간 사용자(Total Monthly Active Users)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3억 2천만 명을 기록, 유료 서비스인 프리미엄 구독자는 27% 증가한 1억 4천 4백만 명, 무료 구독자는 31% 증가한 1억 8천 5백만 명을 기록했다.
2008년 설립된 숙박공유업체 Airbnb(에어비앤비)도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을 피벗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갑작스러운 공유경제와 여행업의 붕괴로 2020년 1분기 예약이 91% 감소하며 2분기에는 전년 대비 무려 -72%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생존을 목표로 빠르게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했다. 국가 간 여행이 아닌 국내 여행 중심으로 웹사이트와 앱을 재설계 하고, 온라인 체험(Online experiences)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했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는 집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요리, 명상, 가상 투어 등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선보일 수 있고, 게스트는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에어비앤비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그 결과 3분기에는 매출과 예약이 모두 증가하며 2억 1900만달러(약 24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티파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신생 기업 뿐만 아니라 전통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거대 기업도 코로나 위기에 피벗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1866년 설립된 글로벌 식품업체 Nestlé(네슬레)는 팬데믹의 여파로 전세계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판매 실적과 주가 상승 모두를 이뤄 ‘코로나의 승자’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슬레는 팬데믹 이후 달라진 수요를 빠르게 반영해 가정 내 식품, 유기농 식품, 헬스케어 제품 등에 집중하고 디지털 채널 활용을 확대했다. 특히 건강과 안전에 대한 고객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7월 콜라겐 제품 브랜드 Vital Proteins(바이탈 프로틴)의 지분을 인수했고, 10월 바이오 제약사 Aimmune Therapeutics(아이뮨 테라퓨틱스) 인수를 완료했다. 변화에 맞춰 빠르게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한 덕분에 2020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64억 6000만달러(약 7조 3200억원)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만 주가가 5% 이상 상승했다. 특히, 3분기에는 유기농 제품 매출이 4.9%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3%대를 웃돌았고,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전자상거래 매출은 47.6% 증가해 전체 매출의 12.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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