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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GM세계경영연구원 Dec 26. 2023

[협상] 목소리만 큰 협상가 vs.
터프한 협상가



혹시 ‘터프한 협상가’란 단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책상을 치며 흥분을 하거나, 단호한 어조로 상대방의 기를 꺾는 사람을 터프한 협상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런 착각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도 있습니다. 인수합병을 앞둔 한 금융사의 노사협상장에서 있었던 일이죠. “터프한 협상가가 돼야 한다”는 말만 믿은 노조 측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희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라고요. 그러곤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깜짝 놀란 사측은 협상 중지를 선언했고, 노조 측 대표는 ‘공갈협박’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노조 측 대표는 ‘터프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 이런 웃지 못할 실수를 한 것이죠. 이렇게 막무가내로 자기 주장만 강하게 하는 사람은 터프한 협상가가 아닌 ‘고압적인 협상가’일 뿐인데요. 그렇다면, 진짜 ‘터프한 협상가’는 어떤 사람일까요? 







크라이슬러사

리 아이아코카 회장


1979년 크라이슬러사는 부도 위기를 맞아 의회로부터 15억 달러의 대출 보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정부가 민간기업을 구제하는 데 관여해서는 안된다!’, ‘민간기업을 돕는 일에 국민의 혈세를 쓸 수 없다!’라고 강하게 반대했죠. 때문에 대출 보증을 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는데요. 하지만 의회 청문회가 열리자 크라이슬러사의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 회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시면 정부도 좋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원들은 정부도 좋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의아해 했는데요. 


이때, 아이아코카 회장은 “만일 여러분이 크라이슬러사의 대출 보증을 거절하신다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 보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두 가지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수 십만 개의 일자리가 있는 크라이슬러사가 문을 닫는다면, 미국의 실업률이 하루 사이에 0.5%나 올라간다’는 자료였습니다. 그 자료는 공신력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수석이코노미스트에게 문의한 결과였는데요. 매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에게 이 자료는 엄청난 부담이었죠. 


두 번째로는 미국 재무성이 산출한 금액을 인용하며, 크라이슬러사가 도산할 경우 첫 해에만 정부가 지출하게 될 실업보험과 복지수당은 27억 달러나 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곤 “지금 당장 27억 달러를 지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27억 달러의 절반밖에 안 되는 15억 달러에 대한 대출 보증을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못박았습니다. 결국, 의원들은 크라이슬러사에 대출 보증을 거부할 경우 어떤 손해를 보게 되는지를 깨닫고, 입장을 바꿔 보증에 찬성했습니다. 아이아코카 회장은 이 15억 달러로 부도 위기의 크라이슬러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절대 안된다는 의원들의 입장을 ‘찬성’으로 바꾸게 만든 아이아코카 회장의 비결, 아시겠습니까? 민간 기업 지원에 반대하던 의원들은 아이아코카 회장이 제시한 자료에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결국 입장을 바꿨습니다. 







터프한 협상가의

무기, 'R&D'


‘터프한 협상가’란 바로 아이아코카 회장 같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짜 터프한 협상가인 거죠. 협상에서의 힘은 경제력이나 권력 같은 세속적인 힘이 아니라, 합리적인 논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설득력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죠. 


협상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논거를 Rationale&Data, 즉 R&D라고 하는데요. 이 R&D를 제시하면서 주장을 하면, 아무리 갑의 위치에 있는 상대도 무조건 떼를 쓰거나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논거를 가지고 설득하는 사람이 협상 상대로는 가장 어렵고요, 이들을 터프한 협상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럼, 터프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를 R&D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R&D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 아이아코카 회장이 ‘미국 재무성’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것처럼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자료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만일, 아이아코카 회장이 ‘저희 크라이슬러의 조사에 따르면, 실업보험과 복지수당의 27억 달러나 됩니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크라이슬러의 조사는 객관성이 없기 때문에 의원들은 그 자료를 인정하지 않았겠죠. 


권위가 있는 논거도 좋습니다. 법원의 의견이나 노벨상을 받은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 혹은 권위 있는 기관의 의견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집값 협상을 할 때, 무조건 “그 가격은 너무 비쌉니다. 30% 정도 깎아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A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3년 동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당신이 요구하는 가격은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숫자입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30%는 깎아야 합당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게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외에 관습과 전통, 내부 규정 등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진짜 ‘터프한 협상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협상 전에 주장을 뒷받침 할 R&D로 꽉 찬 노트북과 서류가방을 준비해보세요. 터프한 협상가가 되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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