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은 한 달에 3번까지만 봐준다’, ‘병가는 1년에 5번까지만 허용한다’ 등 회사들마다 다양한 규칙들이 있죠. 이는 각양각색 수많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규칙’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정말 그럴까요?
미국 보스턴 소방본부는 ‘병가’와 관련된 규칙을 만들었다가, 오히려 낭패를 봤습니다. 왜냐고요? 원래 이곳은 병가와 관련된 규칙이 따로 없었습니다. 일의 특성상, 크게 한번 다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유급으로 병가를 내고 쉬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병가에 제한이 없으면 크리스마스나 큰 명절 때, 혹은 수시로, 꾀병을 부리고 쉬는 소방대원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이에 보스턴 소방본부는 1년에 딱 15일까지만 유급 병가를 낼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어 공표했죠.
자,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규칙이 시행된 후로, 크리스마스와 신년 첫날에 병가를 내는 소방관들의 수가 오히려 확 늘어난 겁니다. 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10배나 더 많은 수치였죠.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요?
사실 몇몇 대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방관들은 자신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죠. 그래서 웬만큼 아파선 병가를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 때도 주민들의 안전이 먼저라는 생각에 소방서를 지키려 애썼죠. 그런데, 병가와 관련된 규제가 시작되자 소방관들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즉, 지금껏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자신들의 진정성을 소방본부가 몰라준다고 느꼈던 거죠. 그리고 이렇게 자신들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상처를 받았고요, ‘합법적으로 1년에 15일까진 병가를 낼 수 있다고 하니, 꽉 채워서 쓰자…’라고 생각하게 됐죠. 정말이지 소방본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처럼 규제 뒤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데요. 즉, 모든 구성원들은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으며 회사가 컨트롤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거죠. 그러니, 지나치게 규칙을 많이 강조하면 구성원들은 자율성을 박탈당했다고 느끼며, 자신들을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한 반감만 커지는 거죠. 결국 구성원들은 점점 회사와 자신을 철저한 계약관계로 보기 시작하고, 헌신보단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는 겁니다. 이른바 ‘부메랑 효과’, 즉 목표물을 향해 던진 부메랑이 무서운 흉기가 돼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강력한 규제가 심각한 역효과를 불러오는 거죠.
그렇다면 규제 자체를 전면 부정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반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 될 텐데요. 어떡하면 될까요?
텍사스 주에선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캠페인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들인 돈에 비해 별 효과가 없었죠. 이에 그들은 전략을 바꿔봤는데요. “진정한 텍사스인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살짝 고친 겁니다. 이는 텍사스인들의 자긍심을 은근히 자극하면서, 그들 스스로 옳은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 건데요. 그렇다면 1년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돌직구를 날렸을 때보다, 오히려 쓰레기를 버리는 비율이 29%나 줄었고, 5년 후엔 무려 72%까지 줄어들었죠!
그러면 이것을 조직에 적용해 볼까요? 실제로, 미국의 식품업체 ‘캠벨 수프’의 CEO인 더글러스 코넌트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직원 개개인에게 수시로 개별 편지를 쓰는데요. 이 안에는 “당신이 고객들에게 한 서비스는 정말 최고였다”와 같이 각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법한 칭찬들이 들어가 있죠. 이렇게 쓴 편지 수만 1년에 약 3만통이라는데요. 덕분에 이 회사 직원들은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며,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지 않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죠. 굳이 지각이나 추가근무와 관련된 규칙이 없어도 스스로를 통제하게 되는 겁니다.
심리학에서 ‘동료효과(Peer effect)’라는 게 있는데요. 이는 같은 집단에 있는 동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죠. 실제로 미네소타주에서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해봤는데요. 한 동네 주민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누고, 세금을 잘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던진 거죠. 그 결과, ‘세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처벌한다’, ‘세금을 잘 내면 이득이 더 많다’는 식의 메시지보다, ‘이미 미네소타 주민의 90% 이상이 납세 의무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효과가 가장 컸죠. 대부분의 주민들이 납세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들의 행동에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작용해, 세금을 꼭 내게끔 만드는 힘이 된 겁니다.
그럼 이를 조직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출근시간을 지키고 있는지 등을 말해줄 수 있겠죠. 이런 식의 방법은 조직 내에서 문제되는 행동을 한 직원들을 스스로 찔리게 만들죠.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규제를 하면, 당연히 직원들은 반발심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만약 회사가 우려하는 문제점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주고, 워크숍 등을 통해 그들 스스로 해결책과 행동규칙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를 테면, “월요조회에 늦거나 결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조회는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주요 가치관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직원들이 직접 조회 참석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라고 말이죠. 그러면 직원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거나 조회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하겠죠? 이런 식의 해법은 직원들의 심리적 반발심을 크게 줄여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규칙은 스스로 더 잘 지켜야겠단 책임감도 더 들게 만들고요.
물론 각양각색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한꺼번에 통솔하려면 규칙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억압적인 규제 뒤에는 ‘부메랑 효과’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고, 그 대신 지금까지 얘기한 3가지 방식을 고민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구성원들이 스스로에 대한의 자긍심을 갖고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게 한다.
동료들을 견제의 도구로 활용한다.
구성원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적용해 보게끔 한다.
규율로 지나치게 통제하려 들면 직원들의 열정과 자율성을 해치고, 이로써 조직은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된다 - 게리 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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