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 저자 로베르토 베르간티(밀라노 경영대 교수). 그는 이미 존재하는 제품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기존 관념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막상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죠. 이에 베르간티 교수는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를 찾아 이용해보라고 하는데요.
인사이트 프로바이더(Insight Provider)란 해당 제품의 개발자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전문가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회사 외부와 내부 모두에 존재할 수 있는데요. 먼저 회사 외부의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는 우리 기업과는 다른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지만 같은 고객군을 가진 사람들이죠. 회사 내부의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는 우리 기업 내 직원이지만 개선하려는 제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 필립스(Philips)는 CT, MRI와 같은 의료용 영상 기기 제품들의 개선점을 고민하던 중 사용자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기기들로 촬영하는 순간, 환자가 몸을 움직여 새로 찍어야 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촬영에 투입하게 된다는 거였죠. 특히 기기에 무서움을 가지는 어린이 환자일수록 더 심했는데요. 필립스는 이를 어떻게 풀까 고심하다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 줄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를 찾아 나섰습니다.
필립스는 자신들과 다른 분야에 있지만 같은 고객군을 가진 사람이 누굴까 찾았죠. 그리고는 외부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로 뉴욕 병원에 있는 케네스 고핑클(Kenneth Gorfinkle)이라는 의사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CT나 MRI 촬영 중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짚어보게 했죠. 그랬더니 그는 어린 아이들이 이미 촬영하기 전부터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려 줬습니다. 대기실에서 풍기는 병원의 삭막한 분위기도 문제였지만 특히 여기서 마취 주사까지 놓으니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공포의 대기실이었던 겁니다.
필립스 직원이지만 의료 기기 제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는데요. 바로 디자인과 환경 분석을 전공한 사친 베헤르(Sachin Behere)라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는 의료 기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외의 공간 구조를 바꿔보라는 제안을 했는데요. 일단, 환자가 촬영 전에 들리는 마취실과 기기가 있는 촬영실, 그리고 상담실을 각각 따로 만들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로 조성하면 환자들이 안정감을 느낄 거라 했죠.
이후 필립스는 내, 외부 인사이트 프로바이더들의 의견들을 통합해 Ambient Experience Healthcare(AEH), 우리말로 ‘편안한 의료 서비스’라는 걸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떤 변화가 생겼냐고요? 우선 필립스는 아이들이 촬영 전 머무르는 대기실과 마취실을 따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대기실에는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촬영기기를 설치했죠. 여기에 인형을 넣으면 인형 몸 속이 촬영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 CT나 MRI 촬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인형으로 대신 보여줘서 아이들이 겁을 덜 먹게 하는 거죠. 그리고 촬영실 천장 벽에 TV를 걸어 애니메이션 영상이 나오게 했습니다. 기기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 넣었고요. 여기에 혼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겁을 먹지 않고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한 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두려움에 떨면서 안 하겠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이 환자 수가 확 줄었습니다. 덕분에 CT 촬영에 걸리는 시간은 약 20% 감소했고, 3세 미만 아동이 CT촬영을 위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사례도 무려 40%나 줄었죠.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드니 같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환자 수도 확 늘었고요. 필립스는 이 서비스를 전 세계 260여개 병원에 제공해 매출까지 두둑히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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