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마우스, 키보드 누구나 한번쯤은 써보셨을 텐데요! 기술력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도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입니다. 하지만 로지텍도 처음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을 땐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93년, 중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입니다. 로지텍은 중국에서도 기존의 유럽, 미국 시장에서 잘 팔렸던 5만원 대의 고급 무선 마우스의 판매에 주력했는데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로지텍은 그 원인을 시장이 아직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봤죠. 로지텍은 중국 시장이 충분히 성숙할 ‘때’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때를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채가지 못하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잘나가는 회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말이죠.
2008년 전혀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쟁자로 인식도 안 하고 있던 중국의 한 토종 기업이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건데요. 바로 중국 회사 ‘라푸(Rapoo)’였죠. 이들은 꽤 괜찮은 성능을 가진 초저가 무선 마우스를 출시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분명 로지텍이 기술력은 한참 위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라푸는 ‘기술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소비자 이해력’으로 펀치를 날렸습니다. 중국 대도시는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죠. 집도 다닥다닥 붙어있고요. 그러다 보니 옆 집에서 사용하는 무선 마우스 전파가 다른 마우스의 신호를 방해하기 일쑤였습니다. 또 당시의 중국 젊은이들은 케이블 TV보다 인터넷으로 동영상 컨텐츠를 다운 받아보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다운 받은 파일이 담긴 노트북과 TV를 연결해 놓고, 소파에 앉아 무선 마우스를 리모컨처럼 이용하면서 시청한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를 파악한 라푸는 ‘견고한 차폐력’과 ‘넓은 작동 범위’, 이 두 가지 기능에만 집중한 저가 제품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다행히 로지텍은 자신의 실수를 빨리 깨닫고 대응했습니다. 라푸의 강점인 소비자 이해력을 배우기로 한 거죠. 이들은 자사의 세 개 제품군과 라푸의 제품을 비교, 분석해 진짜 중국 소비자를 위한 신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 제품은 2010년 출시돼 중국에서 1년만에 매출액 10억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고, 전 세계적으로 450만대를 팔아 치우는 대박을 쳤죠.
이머징 마켓에 진출한 기업들은 다들 로지텍처럼 유명 글로벌 기업을 주시하기에 바쁩니다. 현지 기업들은 아직 한참 뒤쳐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로컬 기업이 가진 진짜 강점은 ‘기술력’이 아니라 강력한 ‘소비자 이해력’입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로컬 기업만큼 혹은 그보다 더 철저하게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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