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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13. 2021

자유를 찾아서 - 2

아일랜드 날씨 - 죽거나 미치거나

아일랜드 날씨 - 죽거나 미치거나 


"당신 나라는 여름에 햇볕이 좋은가요?" 

"여름에 장마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햇볕이 쨍쨍한 날들이 많아요. 정말 덥죠. 그래서 여름 휴가철에는 해변에도 산에도 피서객으로 넘쳐요." 

"그럼 겨울은 어떤가요? 눈이 오거나 스키장을 갈 수 있나요?" 

"겨울도 정말 추워요. 마이너스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도 많고 눈도 꽤 와요." 

"여름에 해변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 만큼 햇볕이 좋고, 겨울엔 아름다운 눈이 내리고 그런데 왜 여기 살아요?" 

"날씨가 좋아서요, 난 비오는 날이 좋거든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변화 없이 이어지는 것도 좋고, 익스트림한 것보다는 마일드한게 나에게 더 맞나봐요." 

"매일 비가 오고 바람 불고 흐린데 이런 날씨가 좋다니 믿을 수 없어요! 농담이죠?"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맘에 들어서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하면 내가 그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아부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여름이면 강렬한 태양빛 아래 챙 큰 모자를 쓰고 맥주 한잔 마시며 온 몸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열을 흡수하고 싶은 아이리시에게 나는 엄청난 호사를 포기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여름이면 기온은 18도 정도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녹음으로 가득한 숲 사이로 다정하게 빛을 들이는 곳, 아침4시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날이 훤한 아일랜드와 영국은 내가 보기엔 그야말로 최고의 여름 휴양지다. 선풍기 없어도 계절을 지날 수 있고 때때로 반소매 옷에 스웨터를 걸쳐야하는 상쾌한 아침공기는 당장 어느 공원이든 나가서 조깅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전 세계가 추측할 수 없는 기상을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런 퍼팩트한 여름 날씨를 가진 사람들은 막상 여름이 되면 모두들 스페인으로, 프랑스 남부로, 이탈리아로 더 뜨거운 태양을 찾아 떠난다. 20도만 넘어도 덥다고 숨을 못 쉬겠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럼 당신은 한국 날씨를 싫어하나요?”

“싫은 건 아니지만 사계절이 너무 뚜렷해서 힘이 들 때도 있어요.”

“가령 예를 들면?”

“봄에는 황사로 힘들고,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날이 많죠. 여름이면 장마 때문에 홍수가 나는 곳이 많이 있어요. 홍수는 그냥 도로침수 정도가 아니라 집이 물에 잠기거나 축대가 무너지고, 산사태가 나고 그래서 사람이 죽기도해요. 가을이면 태풍이 와서 한해 농사를 망치기도하고 겨울엔 눈이 와서 또 사람이 다치죠!”

“정말 다이내믹한 날씨군요!”

“네, 다이내믹해서 그만큼 계절에 따라 도시 색이 확연히 달라지고 특히 산이 많은 한국의 가을은 어떤 미술작품보다 멋지죠!”

“그런데 왜 비오는 아일랜드가 한국보다 좋다는 거죠?” 

“그건 계절마다 재앙처럼 사람이 죽기 때문이에요. 난 너무 더운 것도, 너무 추운 것도 잘 못 참거든요.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좋아서 에요.”

“그래요?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엔 그렇게 익스트림한 변화는 없지만 밋밋하고 촉촉하고 좋게 말하면 마일드한 날씨때문에 미치는 사람들 천지랍니다.” 


#아일랜드날씨 #한국날씨 #모두남의것이좋아보여 #미치거나 #죽거나 #자유를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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