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
여행가이드는 예뻐야 유리한가?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에 시선이 쏠린다.
런던의 한 유명 빈티지 마켓을 차로 지나고 있었다. 마침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차를 세웠는데 가죽 자킷에 아랫도리를 거의 입지 않고 망사스타킹을 입은 각선미 좋은 여자분이 지나고 있었다. 머리는 높게 올려 묶고 검은 염색을 했으며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옛날 헤비메탈 가수 같은 모습같기도 했다. 그녀가 횡단보도를 반즘 지나다가 갑자기 내 차 정면 가까이까지 상체를 들이 밀더니 본넷에 눕다시피하면서 혀를 내밀고 알아 들을 수 없는 노래인지, 고함인지 질러대더니 낄낄 웃으며 남은 길을 갔다. 나는 놀라고 멍해서 뒷차가 빵빵 경적을 울리는 것도 모르고 멈춰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아니고 그였다. 아니 그녀였다. 순간 내가 넋이 나가 그녀의 신기한 차림새를 보았던 것이 실례가 되었던걸까 생각했고, 그를 그녀라고 불러야 예의에 맞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벨기에 겐트에 갔을 때는 아침 출근길에 유모차를 끌고 가는 신사에게 시선이 꽂혀 한참을 본 적이 있다. 양말과 바지, 신발, 벨트, 셔츠, 자켓, 스카프까지 단 한가지도 같은 색깔이 없는 차림새였는데 어찌나 공장에서 지금 막 찍어낸 마네킨처럼 멋지던지 금방 패션잡에서 튀어나온 모델같았다.
가이드를 하다보면 꽤 돈이 많은 부자, 기업가, 정치인들을 가이드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그들의 참모들과 준비를 하면서 친해지기도하고 그들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한 비서는 나에게 너무 아름다운 미인이 아니라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칭찬인가, 욕인가!
"가이드 샘께서 아주 예쁜 미인이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해요!"
"칭찬일까요? 험담일까요? 아님 농담?"
"아뇨, 농담도 아니고 진심이에요. 가이드샘께서 너무 젋거나 눈에 띄게 미인이면 저희들한테 난처하고 힘든일이 생길수도 있어서요."
견지망월(見指忘月)
가르키는 달은 보지 못하고, 가르키는 손가락만 본다
이 말은 본질은 제대로 못 보고 엉뚱한것만 본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가이드 역시 본질을 잘 보여주려면
너무 손가락이 이뿌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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