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푸블리카 (1)
라는 궁금증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하다. 특히 일부 보수진영의 지지자들에게 있어 트럼프는 단순히 미국 대통령을 넘어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처럼 여겨지곤 한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대단히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사실 개인이 트럼프를 지지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자유의 영역이고 내가 그걸 옳다, 그르다 판단할 부분은 아니기는 하다. 다만 한국을 싫어하는 트럼프에게 일부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이 정치적인 짝사랑에 대해서는 문화적, 심리적 차원에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국내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는 트럼프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 열렬한 충성 지지자들? 개신교 교계와의 연계? 쇼맨쉽? 달변? 이미지메이킹?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트럼프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은 “트럼프는 한다.”라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즉, 트럼프는 다른 정치인은 가지지 못한 실행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그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다른나라에서도 사람들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전의 정치 지도자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그는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가 정말 그렇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트럼프 1기를 되돌아보았을 때, 그의 혼란스런 4년간의 임기가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트럼프가 “실행력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실제 그의 실행력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그를 실제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일부 보수적인 한국인들이 트럼프에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가 한국의 좌익세력에게 치명적 일격을 날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국제 부정선거 카르텔을 분쇄할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암약하는 친중 정치인을 제거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에 유학중인 좌익 정치인의 자녀들의 비자를 빼앗을 것이다.”
“트럼프가 감옥에 수감중인 모 전 대통령의 석방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의 애국자들과 손잡고 선관위에 암약중인 중국 간첩을 체포할 것이다.”
대략 이 정도의 기대가 강경한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갖고 있는 기대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의 밑바탕에는 전 대통령인 바이든은 해내지 못한 것을 트럼프는 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미국의 민주당은 중국의 로비자금에 의해 더럽혀진 ‘제5열’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그들은 법적으로는 미국인American Citizen이지만 사실은 진정한 미국인Real American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트럼프가 이른바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들을 몰아내고 이 땅에 정의를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나 MAGA 진영이 정말로 한국 보수세력과 연대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일부 한국의 보수세력이 트럼프나 MAGA를 자신들의 구원자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앞서 설명한 트럼프의 실행력의 이미지에 대한 강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보수적인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운동을 국제적인 맥락에 놓기를 좋아한다. 한국의 해묵은 좌우대립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거대한 문명사적 충돌로 보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트럼프에 대한 일부 보수세력의 믿음 역시 이런 맥락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은 고립된 국내 정치세력이 아닌, 미국을 포함하는 거대한 국제정치의 일부라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태도를 갖는 것은 자유이고 나는 거기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글에서 한국 보수세력을 지지할 생각도, 반대할 생각도 없다. 그보다는 그들의 현재 좌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트럼프와 미국 MAGA 운동에 가진 접근방식에 대해 우리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