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푸블리카 [22]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보통 사람들을 끝없이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격하시키려고 노력한다. 언제 잘라도, 언제 내쫓아도 금방 다른 사람으로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특권층의 일익을 담당하는 정치인이야말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민의 대표자이다. 왕정제 국가와 같이 그 자체로 주권자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들이 기계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신민이고 그들이 주권자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고등교육과 능력주의 시스템을 통해 대량의 엘리트를 양성해 놓았다. 즉, 정치인이 1명 사라져도 그 사람을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엘리트의 풀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대체불가능한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유권자들과 감정적인 유대를 구축하여 자신들의 추악한 면이 밝혀져도 금세 대체되지 않도록 자신들을 대체불가능한 누군가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노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들을 점점 주인으로, 국민을 점점 신민으로 만들고 있다. 어떤 정치인이 대체불가능한 자원이 되는 순간 그들의 지위는 대체가능한 자원에서 대체불가능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격상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특히 선진 민주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특정 정치인이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투자하게 만들고, 정치인 개인의 승리를 유권자들의 승리로 포장하면서 마치 스포츠팀이 응원단을 가지고 있듯이 팬보이를 양성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나는 이런 시도가 자신들이 언제든 대체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은폐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인들의 저급한 주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치인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재수없는 인간들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있겠다.
정치인들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기본적으로 그들은 혜택받은 특권층이다. 그들은 대개 부모를 잘 만난 덕분으로 값비싼 교육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운 좋게 “시험 적합형 머리”를 타고나 고시나 전문직 시험과 같은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 평생 그것을 능력의 징표로 울궈먹는다. (그들이 정말 합격 이후에 뛰어난 실무능력을 발휘했는지는 잘 평가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같이 부모의 지원이나 정부,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해외에서 경력을 쌓고 그것을 ‘글로벌 경쟁력’으로 포장한다. 기실 그런 외국 학교들은 돈과 추천장이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합격할 수 있는 곳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상류층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혹은 운 좋게 시험에 합격해서 엘리트 집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자, 유명인들과 교분을 쌓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다시 자신들의 권력을 불려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자기 자리에서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특권층 정치인보다 훨씬 치열하게 노력하고도 좋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정치인들보다 10배, 100배 적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도 1/10, 1/100 적게 기울였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정치인들은 운 좋게 부자나 권력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거나, 시험 잘 보는 머리를 타고난 덕분에 평생을 호의호식하는 밥맛 떨어지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의 제1목표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마치 직장인들이 돈을 위해 일하듯이 그들은 표를 위해 움직이는 직업인들에 다름없다. 물론 그중에서 선거와 정치적 이상을 양립시키려고 노력하는 양심적인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저 돈을 받기 위해 매일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영혼없이 유권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유권자들을 위해 노력한다면 나쁠 것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인들이 정말로 배려하는 “유권자”란 거액의 헌금을 하는 부유한 후원자들이나, 단체로 표를 모아주는 이익집단들이다. 일반 국민의 1표 따위는 마치 장사 잘되는 식당이 혼밥 손님에게 무관심하듯이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처구니없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때는 대개 그 뒤에 강력한 후원자의 존재나 다음 선거에서 뭉터기 표를 약속한 이익집단이 자리잡고 있을 때가 많다.
결국 정치인들은 운 좋게 특권을 거머쥔 주제에 일반 국민들에게 무관심한, 밥맛 떨어지는 재수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를 대신하여 “정치”라는 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들일 뿐인, 그러니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갈아치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솔직히 나는 어떤 정치인이 몰락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데 위와 같은 사실들을 생각하면 하나도 불쌍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지나치게 과격하게 말한 측면은 있다. 역사책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로 국민을 위하고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인들은 소수이고, 반면에 정치인들이 대체불가능한 자원인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하고 유권자를 전속 팬클럽으로 만들려고 하는 정치인은 많다. 마치 열정과 이상을 갖고 일하는 직장인은 소수인 것처럼.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정치인의 추악한 맨얼굴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의 가스라이팅에 속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