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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1. 2016

들어가며

가르침이 없이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지?

2012년에 나는 ‘과학교사, 교과서를 버리다’‘과학교사, 교과서를 버리다 2’을 연이어 출간하였다. 그러면서 2권의 말미에 ‘과학교사, 교과서를 버리다 3’은 출판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변명처럼 쓴 그 내용을 옮기면 ‘그러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나의 수업이야기의 나머지를 채울 나보다 더 신선한 생각을 가지고 더 열정적이고 더 교육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분은 분명 ‘나머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기에 나보다 더 좋고 더 도움이 되는 글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선생님이 그 글을 읽을 것이다. 혹여 그분이 나의 글을 보았고, 나의 글로 말미암아 그분이 그 글이 나왔다는 평어를 내가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영광일까?’    

그러나 3권을 출판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알리고 싶은 수업 이야기들이 시나브로 생기고 있었다. 경기도를 필두로 전국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혁신학교 운동의 연수에 강사로 불려 다니면서 선생님들과 교류가 더 깊어지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더욱더 하고픈 이야기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하게 되면서 선생님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더욱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서는 3권을 출판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미련이 커져갔다. 그 후의 수업 이야기,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공감한 여러 사유,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쓴소리들, 그 밖에 여러 가지를 나의 비밀기지 안에 모아 두기만 하여서 그것들이 나의 심기를 더욱 불편케 하였다.

     

또한 언뜻언뜻 스쳐 지나는 다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그것들은 더 나의 마음을 불편케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모방에 대한 내 마음속의 반발이다. 수업과 교육을 진지하고 사려 깊게 사유하였을 때 진정 나에게 철학이 생기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것 없이 한참 유행한다는 방법이라고 짧은 연수를 받아서는 아이들에게 당장 선보인다는 것은 혹 자기의 어설픈 수업으로 아이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닐까?

    

어차피 3권은 내지 않기로 하였으니 이 번에 선보일 책의 이름은 ‘가르침 없는 배움’으로 정했다. 이 제목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거꾸로 교실’이라는 것이 유행을 일으키고 있었다. 방법에 치중하여 그 방법의 교육에 잠재해 있는 중요한 의미는 잃은 채로 단순한 수업 방법의 베끼기를 하는 여러 교사들을 보게 되었다. 그 교사들은 처음에는 이런 수업 방법을 하게 된 벅찬 감동을 실어서 온갖 방법을 통하여 그 사실을 알리고 있었으나, 이내 방향을 잃고서는 왜 그렇게까지는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하고 내게 물어왔다.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 토론 수업’, ‘질문이 있는 교실’ ……. 세상에는 다양한 수업 방법, 수업 모형이 있고, 구호도 난무한다. 이런 방법이나 모형은 모두 극적인 환대를 받으며 나타났다가 나중에 어느 순간 과거 ‘열린 교육’이 명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또는 서서히 사람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사실 그렇게 된다는 것이 또한 나에게는 두려움이다. 그것은 그것들이 환호성을 부를 만큼 좋은 가치를 분명 지니고 있는데, 그런 줄도 모른 채 이내 실망을 해버린다는 것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이다. 이 지점에서 선생님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가르침’과 ‘배움’을 따로 떼어놓아 생각하면 공통으로 바로 ‘교육’이란 낱말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 주체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우리는 가르침은 교사가 행하는 일이고, 배움은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일로 대개 따로 인식을 한다. 그렇지만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나 ‘배움의 공동체’ 운동에서는 가르침과 배움을 같은 것으로 인식을 한다. 무엇이 그런 인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그 이야기 또한 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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