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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4. 2016

아이들에게 무엇이 부족한가?

지금의 수업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2008년부터 명예퇴직을 생각했다. 교사로서 교감, 교장으로 가는 길이 만만찮은 점도 있었지만 그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교직이 점점 내가 꿈꾸어 왔던 것과는 동떨어져 나간다는 느낌을 그 당시부터 받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명예퇴직을 생각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수 있는 일은 준비도 하곤 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가 홀연 나의 교사 생활 20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교사로 처음 교단에 섰던 때의 벅참도 있었고, 의견이 맞지 않아 동료와 싸운 때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결국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좌절도 있었다. 많은 일들이 스쳐 나갔는데 그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내 마음을 얼룩지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교직에 들어설 때의 처음의 각오와 관련되는 일이다. 그 각오는 20년을 지나면서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퇴색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보려 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소질을 발달시켰으면 했다. 여러 가지로 역량 있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했고, 지식으로도 충만하게 되었으면 했다. 나와 만나는 아이들은 한정되지만 그나마 내가 교육을 한 아이들은 그러했으면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와 만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부족한지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경험한 20년의 교사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그들을 생각하였다. 아이들에게 모자라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발표, 질문, 응답, 자율탐구, 토론, 창의력, 서술하기, 의견 제시하기 등등 ……. 이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왜 아이들에게 부족한가? 나는 지금 그 이유를 학교 및 제반 교육환경에 돌리고 싶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향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공간, 환경을 제공하였는가 반문하고 싶다. 결국 아이들이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은, 그들에게 현재 부족한 요소들이 발현될 수 있도록 교육적 환경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중등학교에서만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초등학교 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너희들은 초등학교 때 도대체 뭘 배웠냐"라며 알지도 못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비꼬는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것을 비꼬려고 한다면, 그 대상은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다. 나는 단지 나의 수업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당장 명예퇴직만 생각하고 교직을 떠나는 순간 큰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를 생각하며 나의 과거를 되돌아본 사유에서 나는 왠지 지금껏 '내가 원하는 수업'을 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퇴직을 조금 미루고 내가 교사로서 가졌던 초심을 생각하며 '내가 원하는 수업'을 짧으면 반년만이라도 해보고서야 퇴직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러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역량을 키워내도록 하는 방법으로 나의 수업을 개선한다면 과연 또 무엇이 문제일까? 학습 진도! 학업 성적! 내가 새로 맞닥뜨린 문제가 이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역량을 갖추기 위한 활동 시간을 충분히 춘다면 교과 진도는 과연 마칠 수 있게 될까? 그렇게 활동 중심으로 한 아이들이 다른 반에 비해 낮은 성적을 받으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을 바에야 그냥 하던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또 이른다. 그렇게 되는 상태로 내가 교직을 떠나는 것은 차마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교육적 실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념이 있다면 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꼭 해보려고 하는 것인데 그것을 검증해 볼 시간이 나에게 점점 없어져 가기 때문이었다. 2009년 2학기부터는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고 나는 수업을 개선하기 위하여 공부를 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수업에 대한 책을 구해서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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