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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6. 2016

지금까지 나의 수업은?

교직 20년 동안 내가 진정 원했던 수업을 하였는가

나는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르친 결과이긴 하지만, 내가 가르친 아이들도 역시 꼭 같은 평가를 받지 않는가 생각해보아야 했다.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여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었는가? 이런 점에서 나의 수업을 되돌아보았다.


발령을 받던 그때는 멋모르고 수업을 하였던 것 같다. 학습지도안은 참고서의 내용을 거의 요약하는 듯하게 하고, 그 내용을 칠판에 잔뜩 판서를 해서는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듯한 방법을 썼다. 그것은 내가 교사가 되기 전에 받았던 선배 교사들의 수업 방법을 흉내 낸 것이었다. 실험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실험을 하기는 했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줄로 알았다.


그러다가 교사 생활을 시작하고 1년도 되지 않아서 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직접 교단에 서서 친구들의 가르쳐보자고 제안하였다. '기단과 전전'을 한 시간 동안 수업하게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도와줄 테니 수업 준비를 해 보라고 하였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수업이 나와 초보 교사였던 나에게 꽤 큰 충격을 주었고, 그 후의 내 수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다음 해부터 1년에 딱 한 시간만을 아이들에게 수업을 시키기로 하였다. 아이들의 수업을 바라보면서 어떤 때는 수업이 나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흡족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수업을 시키는 횟수를 해마다 조금씩 늘려나갔다.

2005년 4월, 아이들이 진행하는 수업

아이들이 진행하는 수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당연히 내가 진행하는 수업의 비중은 낮아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내 나름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수업을 맡긴다면 그렇지 않은 다른 반에 비해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하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누구나 당연히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차츰차츰 아이들의 수업 비중을 늘려나갔고 2008년이 되기까지 전면 학생 주도의 수업으로 바꾸어버렸다.


교사가 되어 처음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강의식, 전달식으로 수업을 하였다. 아이들의 잠재성에 놀란 후 아이들에게 가끔 수업을 시켜 보기도 하다가, 전면 아이들에게 수업을 시키는 방법으로 바꾸어 오랫동안 진행을 하였다. 그러다 다시 2008년에 전통적인 수업방법으로 회귀하였다. 다시 강의식, 전달식의 교사 중심 수업방법으로 바뀐 데 대해서 여러 생각이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바로 아이들의 성적이었다.


나는 좋은 수업방법은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학생 중심의 수업은 교사 중심의 수업보다 훨씬 좋은 수업방법으로 믿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주입식으로 수업을 하든,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하든 학력의 차이는 그다지 나지 않았다. 중학교 과학을 아이들 대부분은 어려워한다. 평균 70점 정도가 되겠지 하고 낸 문제는 보통 평균 67점 정도로 나타났다. 이것은 내가 학생 주도의 수업으로 한 경우의 결과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다른 선생님들이 얻은 결과나 내가 얻은 결과는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시 전통적인 교사 중심의 주입식으로 내 수업방식을 바꾸었지만 언제나 자기주도학습이 좋은 방법이라는 데 대해서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2009년 7월, 미국 시애틀의 북쪽에 있는 '벨링램'이라는 작은 도시에 연수를 갔다. '서부워싱턴주립대학(WWU)'에서 한 달간의 전공 연수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수업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되돌아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 


거기서 생각하게 된 많은 것들에서 나는 지금까지의 수업에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보게 되었다. 나의 수업이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넘어갔다고는 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하기만 하면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교사 중심으로 되돌려놓았던 나의 수업을 다시 학생 중심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학생 중심의 수업이라고 하였지만 그간의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성의 없게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고, 발표 후에 질문과 토론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질문과 토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은 보통 일찍 끝나기 일쑤였고, 남은 시간 동안 그냥 아이들을 그대로 풀어두어서 때로는 난감한 순간도 많았다. 학생들은 수업의 진행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때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건성으로 하였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진행하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지 다른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것과 꼭 같은 기분으로 수업에 임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교사 중심의 수업이든 학생 중심의 수업이든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2009년 2학기부터 내 수업에는 다른 요소들이 더 포함이 되었다. 다시 예전의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수업 형태를 되돌렸지만 이제는 이전의 학생 중심 자기주도학습 모형 수업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미국 연수시의 수많은 수업에 대한 사유와, 연수 후 한국에 들어와서 읽은 많은 책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포함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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