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종규 Sep 26. 2016

사유하며 알게 된 수업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이며 좋은 수업에는 어떤 요소가 있어야 하는가

좋은 수업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미국 연수 중의 한 장면을 소개하겠다. 스캇 교수는 우리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누어 주었다. 포스트잇 한 장에는 하나의 내용만 적도록 하고, 거기에 '내가 만일 파리가 되어 교실 안에 있다면? 거기서 좋은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파리는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적으라고 하였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적겠는가?


여러분 들 중에 혹 수업에 관한 교사 연수를 담당하고 있다면 스캇의 이 수업은 권장할 만하다. 포스트잇에 내용을 적은 것을 모둠 소칠판에 붙인다. 붙일 때는 무작위로 붙이지 않고, 내용에 따라 몇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붙인다. 그리고 다른 모둠들이 살펴볼 시간을 준다. 소칠판을 교실에 빙 둘러 세워두고 보도록 하면 된다. 소칠판의 아래쪽에 약간의 빈 공간을 두고, 거기에 다른 모둠이 의문점, 생각한 것, 다른 의견 등을 적어두도록 한다.


그 활동이 끝나면 모둠별로 자기들이 생각하는 좋은 수업에 대해 발표한다. 스캇 교수는 '좋은 수업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이 활동을 통하여 '관찰(observation)'과 '추론(inference)'에 대한 구분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것을 약간 응용하여 교사들끼리 '좋은 수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다면 참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스캇 교수와의 이 활동에서 한 가지 특히 흥미로왔던 것은 대부분의 모둠에서 좋은 수업의 요소로서 '재미(interesting)'를 지적했는데, '재미있는 수업'이라면 과연 '좋은 수업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네 가지 경우를 설정하여 보자. 첫 번째는 교사의 입장에서 나쁜 수업과 아이들의 참여도 없는 수업, 두 번째는 교사는 열심히 수업하고 좋은 수업을 하지만, 아이들의 참여가 없는 수업, 세 번째는 교사의 입장에서 좋지 않은 수업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열심히 학습하는 수업, 네 번째는 교사의 좋은 수업에 아이들의 참여도 적극적인 수업이다. 넷 중에 가장 좋은 수업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두말할 것 없이 네 번째가 가장 좋다고 답할 것이다. 이는 교사가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노력을 하여야 하며, 학생은 자기주도학습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좋은 수업을 이끌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노력을 하였다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가? 위 네 가지 경우를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어떤 좋은 수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수업은 아이들에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것은 숫제 좋은 수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좋은 수업에서 가장 큰 전제 조건이 아이들의 참여, 혹은 아이들의 스스로 학습니다. 좋은 수업을 생각할 때에는 이 문제를 가장 큰 전제로 출발하여야 한다. 


좋은 수업을 생각할 때 교사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수업의 관찰자가 수업을 관찰하면서 수업을 비평할 때도 생각하여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수업은 아이들의 배움에 중심이 맞추어져야 하고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려는 수업의 설계에는 반드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수업의 네 가지 유형을 살펴본다면 소위 '가성비'로 봐서는 네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너무나 좋은 수업인 것 같다. 세 번째와 네 번째의 학습 효과는 거의 대등하다. 그런데도 교사는 힘들이지 않는 방법이 세 번째이지 않은가! 같은 효과를 낸다는데 구태여 힘들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