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종규 Sep 21. 2016

돌 속에서 영원히 사는 생물

우연히 발견되기도 하는 화석, 그 값어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다

퇴적암 속에서 신기한 것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식물이나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거나 또는 이상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생물의 형상이 어떻게 돌 속에서 나타나는지는 참으로 의문점이다.


종이를 여러 겹 겹쳐 놓은 듯한 암석을 집어 들었다
벌어진 틈새를 살짝 벌리니 멋진 나뭇잎 화석이 나타났다
공룡 발자국 화석. 울산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돌로 되거나 돌에 새겨져 나타나는 것을 화석(化石, fossil)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그 뜻은 '돌이 되었다'라는 것이다.


이번 화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면서 화석 연구와 채집을 하는 대구 청구고 김태완 선생님의 글을 동의를 얻어서 싣는다.



| "선생님, 그 화석 얼마예요?"


수업시간에 화석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마다 '화석동호인회' 회원들과 야외지질조사를 다녀온 후 월요일 첫 시간부터 전날 채집한 화석을 보여주며 한 주일의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화석을 보여주며 채집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 많은 학생들은 화석을 만져본 것이 처음인 듯 마냥 신기해한다. 과학관이나 전시관의 진열장에서 화석을 접해본 경험은 있지만 '사진 촬영 금지' 혹은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 때문에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만 여긴다.


화석표본이 학생들 사이로 돌아다니는 동안 질문이 쏟아진다. 이런저런 질문들 중 빠지지 않는 질문은 화석의 값어치에 대한 것이다. 현대인들의 관심이 돈에 있듯이 학생들도 돈으로만 그 가치를 평가하려고 한다. 사람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듯이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인 화석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단지 아직 연구가 안 되어 고생물학자들에게 연구 자료로 제공되어야 할 중요한 화석이 있고, 연구가 끝나 일반인이 소장해도 무관한 덜 중요한 화석이 있을 따름이다.


화석은 발굴팀이 꾸려져 오랜 기간의 지질조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필자는 2년 전 가족여행으로 전남 화순의 운주사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대웅전 바로 옆 계단석에 중생대 물갈퀴 새발자국 화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학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중생대 물갈퀴 새발자국 화석 ⓒ 문화재청 홈페이지 (http://www.cha.go.kr)

1994년 여름은 대구기상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덥고 비가 드물었는데, 마침 신천 바닥이 드러나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신천 바닥에 공룡발자국으로 추정되는 움푹 파인 규칙적인 흔적이 잇는데 공룡발자국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도교수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한 결과 정말 공룡발자국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도심 한가운데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되기는 드문 사건이었다.


그 후로 수성구 시지 태왕 3차 아파트 앞 욱수천 하상, 북구 노곡동 경부고속도로변, 동구 지묘동 팔공보성 2차 아파트 앞(현재는 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진흙으로 피복되어 있어 관찰할 수 없음), 남구 상동교 근처의 앞산 고산골 입구 하상, 최근에는 시지의 고산초등학교 길 건너 매호천 하상 등 6 군데서나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대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룡발자국이 흔하게 발견되는 도시이다.


대륜고 앞 담티고개 도로확장 공사 기간에 에스테리아(개갑류)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고령군 성산면에서는 대형 익룡 이빨과 수많은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다. 구미 장천면, 군위 효령면에서는 연체동물화석, 군위군 우보면에서는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다.


화석의 메카라고 할 만큼
 대구·경북은 화석 산지가
곳곳에 널려있다


미국은 드넓은 땅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된다지만 한 번 조사를 나가려면 가는 데만 사나흘씩 걸리고 길도 없어 화석을 발견하더라도 많은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구는 차로 1시간 남짓이면 어딜 가나 수천만 년에서 1억 년 전의 생물인 화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곧 풀 등이 다 사라지고 맨땅이 드러나기에 화석을 조사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이번 주말은 정과 망치를 들고 가까운 근교로 화석을 찾으러 떠나보는 게 어떻까.


 | 김태완 (매일신문, 2009년)




위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퇴적암 속에서 많은 화석을 발견할 수 있다.


화석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다음 화에서 화석과 고생물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가까운 곳에 퇴적암이 나타나는 곳이 있다면 나가서 자세히 관찰하여 보자. 화석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물과 퇴적물이 만든 아름다운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