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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Oct 07. 2016

양산단층을 가다

지진과 활성 단층

최근 경주 남남서 쪽에서 몇 차례의 큰 지진이 생겼고, 그 여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진은 왜 생기는가? 에 대한 논의는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지구 내부의 암석은 응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지닌다. 그러나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를 넘어서면 어딘가가 깨어지면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이 에너지가 전파되는 것이 지진이다. 암석이 깨어지고 변위가 생긴 것을 단층이라 하며 지진은 대부분 단층 작용과 함께 나타난다.


단층으로 깨어진 지층은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나면 다시는 지진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뒤이어 오는 응력을 계속 축적시키다가 임계점에 이르면 단층면으로 따라 미끄러지거나 새로운 단층이 생기는 등으로 다시 지진을 만든다.


한 번 생긴 지진의 에너지는 아직 임계점에 이르지 않은 지역의 축적된 힘에다 새 힘을 보태어주어 그곳이 임계점을 넘으면 새로운 지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지진이 생기면 이어지는 지진이 수차례 생긴다.




양산단층에 가다


이번에 지진이 생긴 양산단층 지역을 찾아가 보았다. 아래의 사진은 통도사 입구의 하상 화강암 노두의 사진이다.

양단단층 지역 통도사 입구 하상의 화강암

한 방향으로 난 절리가 촘촘히 나 있고, 절리를 따라 풍화가 진행되어 풀이 자라고 물길이 나있다. 양산단층은 단단하고 안정된 지반이라고 이야기되는 화강암에조차 절리를 만들었다.


아래의 사진에서 절리를 좀 더 가까이 살펴보자.

작은 규모의 당겨열림 분지

사진의 중간쯤에 마름모꼴의 오목한 곳을 볼 수 있다. 이 구조는 그림에서 함께 나타낸 화살표와 같이 양쪽에서 어긋나게 당기는 힘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당겨열림 구조라고 한다. 이런 구조가 크게 나타나서 큰 분지를 이룰 때 당겨열림 분지라고 하고 마름모꼴로 나타나는 분지 중에서는 당겨열림 분지가 많다. 아래 그림은 위와 같은 힘이 작용하느 곳에서의 당겨열림 분지의 생성에 대한 모식도다.

당겨열림 분지(pull apert basin)의 생성

양산단층의 암석 노두에서는 작은 규모의 당겨열림 구조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절리만으로는 양쪽의 이동을 감지하기 어렵지만 이런 구조를 발견하여 양쪽이 서로 엇갈리게 이동하였다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화강암에 난 절리로부터 양산단층에 작용한 힘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에서는 수직으로 난 절리의 방향에 어긋나게 여러 개의 작은 절리가 나타난다. 이것은 양 옆에 표시된 흰 화살표의 어긋난 힘이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구조다. 절리만 나타나서 양산 단층의 이동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이런 구조를 이요하여 알아낼 수 있다.

(구)통도사관광호텔 앞 오론펠스 노두에 나타난 미세단층 구조

위의 사진은 통도사 입구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발견한 호온펠스 노두다. 호온펠스도 화강암과 같이 아주 단단한 암석이다. 이 암석도 단층 작용에 의해서 끊어져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끊어진 것이 크게 세 방향으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

 

방향이 서로 다른 단층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으로 이 지역에 작용한 힘이 몇 번의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호온펠스에 나타난 단층은 앞서 보여준 화강암에 나타난 절리면에 나타난 변위보다 더 커서 그 틈새로 다른 물질이 끼어있는 것을 보여준다.


호온펠스 노두의 여러 곳에서 당겨열림 구조가 나타나며 당겨열림 구조들에는 예외 없이 모두 위의 사진에서 나타난 흰색의 광물이 끼어 있다. 위 흰색의 광물은 무엇일까? 묽은 염산을 가져가서 쁘려보니 거품이 많이 발생을 한다. 이런 특징을 가지는 광물은 방해석(方解石, calcite)이다.


방해석은 어떻게 이 틈새를 채우게 되었을까? 방해석은 그 성분이 탄산칼슘(CaCO3)으로 석회암도 같은 성분이다. 호온펠스는 퇴적암이 마그마의 열을 받아서 생성된 암석으로 퇴적암 층 중에서는 석회암 층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단층작용으로 틈새가 벌어지면 그 틈새로 물이 흐를 수 있게 되고 그 물이 석회암을 녹여서 움직이다가 틈에 침전되었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활성 단층과 지진


최근 지진으로 양산단층이 활성 단층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번 가시화되고 있다. 활성 단층이 무엇이며 활성 단층과 지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세기 지진학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지진들, 그중에서도 특히 진원 깊이 70킬로미터 미만의 얕은 지진들은 단층에서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각에 존재하는 모든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일부에서만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단층들을 활성 단층이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이기화 지음, 사이언스북스>


활성 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제4기(258만 8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에 단층 운동이 발생된 단층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층을 단순히 활성 또는 비활성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단층의 활성 정도로 구분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지진 재해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이롭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내진 규제를 위한 목적으로 단층의 활동성에 대해서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활동 가능 단층 또는 활동성 단층을 다음 기준의 하나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1) 단층 운동이 지표면이나 그 근처에서 지난 3만 5천 년 이내에 최소한 1회 발생했거나 또는 50만 년 이내에 반복해 발생했다.
2) 계기 지진 관측 결과 충분한 정확도를 갖고 강진의 진앙과 연관시킬 수 있다.
3) 1)항 또는 2)항에 해당하는 활동 가능 단층과 구조적으로 연관되어 단층 운동이 동반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남동부의 여러 단층 ⓒ 환경운동연합

우리나라에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주장은 1983년 이기화, 나성호가 '지질학회지'에서 밝혔으며 그 대상은 양산단층이었다. 양산단층은 육지에 노출된 길이만 170km에 이르는 거대 단층이다. 지진은 단층에서 발생하고 대규모 지진들은 대규모 단층에서 발생한다. 과거 역사서에 나오는 경주 근처의 큰 지진들도 양산 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양산단층에 대한 트렌치 조사를 실시한 자원연구소와 일본 교토대학교 오카다 아쓰마사 교수팀은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활성 단층을 발견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실시한 이기화 교수의 연구, 경재복과 교토 대학교 오카다 교수의 연구에 의해 추가로 양산단층에서 두 지점, 울산단층에서 두 지점에서 활성 단층을 발견하였다. 이후 연구를 종합하여 현재까지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일대에서 수십 개 지점에서 활성 단층이 확인되었다.


특히 양산단층은 고지진학 연구로 제4기 지층에 지진으로 인한 단층 운동이 확인됨에 따라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활성 단층임이 밝혀졌다. 현재 양산단층 주변에는 울진, 월성, 고리에 20 여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양산단층의 역사 지진 연구에 따르면 지반가속도가 0.25g 이상의 큰 지진들이 수 회 발생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수동정지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0.1g 이상일 때를 감안할 때 이 활성 단층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최소한 이 정도의 지진 발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진의 발생 시기와 규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활성 단층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양산단층, 울산단층이 있고, 이것이 활성 단층이나 아니냐 하는 논란을 지금 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경주 지진으로 이미 이 지역은 안전지대가 아님은 증명이 되어 버렸다. 학자들 중에 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는 7.4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과거 원자력발전소는 규모 6.5에 견디는 내진설계, 그리고 최근에는 규모 7.0을 견디는 내진설계를 한다고 한다. 안전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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