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 Spring 2018 5th Day
Drunken Tiger? No! Hungry Tiger, 청년 창업가의 실리콘 밸리 방문기. 5-
* 본 내용은 igniteXL의 XL Spring 2018 Program에 참여한 창업기업, 추현호 대표의 소감을 엮은 것입니다.*
Stanford University
2011년. 미시시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던 중 봄방학을 맞이해서 나는 아내와 함께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났다. 드넓은 스탠퍼드의 교정을 보면서 가장 놀란 풍경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이쁜 나무들이었다. 나무가 어찌나 동화책에서 보는 그런 모범 나무처럼 생겼는지 잔머리도 없고 삐져나온 것도 없이 단정하니 반듯했다.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애플 캠퍼스를 구축할 때 스탠퍼드의 조경사를 고용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스탠퍼드대학은 아름답고 훌륭한 조경으로도 유명하다.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천혜의 잘 꾸며놓은 수목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하바드와 예일대에서 출판과 심리학에 대한 과정을 계절학기로 수강한 나는 동부의 기운을 조금은 잘 알고 있다. 반면 미국의 서부는 동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난다. 오밀조밀한 동부의 대학 캠퍼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서부의 스탠퍼드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이듬해 나는 호주 퀸즈랜드 대학에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메인 정원을 보면서 스탠퍼드 대학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다시 가서 보니 참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이런저런 생각을 안고 아침 일찍 우버를 타고 팔로알토로 향했다. 아침 미팅 시간은 8시. 푸드 이노베이션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멘토와의 미팅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igniteXL은 다양한 분야에서 현직에 종사하는 전문가분들을 멘토로 적절하게 매칭 시켜주셨는데, 그 스펙트럼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멘토진의 리스트도 대단하지만 만남의 시간 동안 주어지는 임팩트 있는 밀도 높은 멘토링 시간은 항상 긴장 상태로 만반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멘토분들과의 연결고리를 내 인연으로 만드냐, 지나가는 인연으로 만드냐는 나의 몫이기에!
오늘의 멘토이신, 스탠퍼드의 김소형 교수님은 푸드 이노베이션의 트렌드의 핵심을 주도하는 분으로 이번 멘토링 시간은 내게 아주 의미가 깊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나는 준비한 질문들을 정리하며 교정을 산책하다 호숫가가 보이는 어느 나무 벤치에 걸터앉았다. 스탠퍼드 대학에 방문하는 것은 3-4번째인데 누군가를 약속을 정해놓고 만나러 오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교정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사뭇 다르다. 캠퍼스는 배경이 되고 나의 일이 전경이 되어 의식은 아름다운 교정을 뒤로하고 오늘 할 질문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는 45분이란 시간 동안 5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음식에 관한 것 3가지와 스탠퍼드 대학의 D스쿨에 관한 2가지 질문이었다. 음식에 관한 질문은 지금 탐색 중인 펫푸드 산업의 비즈니스 분석 차원이었고 창의성의 메카인 D스쿨에 대한 궁금증은 고향 대구에서 창의 교육을 전개해나갈 때 롤모델로 삼고 싶은 학교였기 때문이다.
교수님과의 미팅은 스타벅스에서 진행되었다. 원래 교수님 연구실에서 뵙기로 했었는데 오히려 스타벅스에서 편하게 뵌 것이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더 좋았다. 정해진 시간을 넘어 콘퍼런스 콜을 앞두고도 마지막 1분까지도 더 시간을 내어서 내게 많은 조언과 힌트를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교수님께서는 고려대에서 심리학,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이후 버클리, 영국 런던 비즈니스쿨, 스탠퍼드 등에서 학업과 리서치를 이어가시고 Cisco 등에서 직장경력을 거 치신 후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로 오셨다. 세상이 정말 좁은 것은 나와 친한 수다 팻의 손은정 누나(카이스트 경영대학 동기)가 교수님의 CISCO 동기였다는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첨 만날 때부터 알게 되자 미팅은 아주 순조롭고 편하게 진행되었다. 네트워크 파워! 이는 오늘 오후에 만난 미국 최고의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캐서리나 변호사님이 내게 강조하신 내용이기도 하다.
1시간의 열띤 이야기가 끝이 나고 교수님께서는 콘퍼런스 콜을 하러 가시는 길에 나에게 스탠퍼드 대학의 D스쿨로 안내해주셨다. D스쿨은 세계적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며 전 세계의 경영 리더들이 와서 교육을 받는 곳이기도 한데,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늘 프로그램은 꽉 찬다. 스탠퍼드 학부생들 또한 선택과목으로 디스쿨의 과목을 수강하기도 한다. 교수님께서는 콘퍼런스 콜을 하시러 미팅룸으로 가셨고 나는 공유 라운지와 작업공간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세상을 바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탄생하는 곳에 고요한 아침 빈 공간을 홀로 유유히 걸어 다니면서 나는 기업가 정신의 정의를 생각해보았다. 제한된 자원으로 팀을 이끌고 문제 속에서 내재된 어려움과 불편함을 차별화된 설루션을 접근하여 기회를 증폭시키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지속성을 가속화하는 것. 과거 디자인이라 하면 단순히 '예쁘게'보이기 위해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제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에서 더욱 편하게, 더욱 질 높게 삶을 향상하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팔로알토에서의 이른 아침 멘토링은 스탠퍼드 교정의 푸른 나뭇잎만큼이나 싱그러웠다. 방향은 명확해지고 있었고 열정은 더욱 채워지고 있었다.
복잡한 법? Law Firm
한국 스타트업으로서 미국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여러 장벽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복잡한 것은 '법률'이라는 장벽이다. 그래서 오늘 있을 igniteXL의 Legal Day는 나와 같이 법 모르는 스타트업을 이끄는 이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생명수이다!
Legal Day는 먼저 미국 법률의 전반적인 이해를 위한 공통 워크숍을 시작으로, 이민/투자/특허/상표 각 분야의 멘토분들과 1:1 미팅이 이어지게 된다. 사전에 미리 수요조사를 한 후 매칭을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미팅 없이 나에게 꼭 필요한 분야만 선택하여 진행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각 분야 변호사의 라인업 또한 입이 떡 벌어질만한 분들이셔서 그간 미국 법률로 쌓여있던 고민을 믿고 해결할 수 있었다.
공통 워크숍을 맡은 캐서리나는 12살 즈음에 미국으로 건너와 이제는 한인교포 사회를 대변하는 대변인이자 여성으로서 거의 전무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이시다. 에너지가 남달랐고 세월과 경험이 주는 연륜과 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수없이 많은 대형 기업의 M&A를 성사시켰고 미미박스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신화들이 실리콘밸리에 상륙할 수 있도록 도우셨다.
그 외에도 2명의 변호사와 2명의 변리사, 총 4명의 법률 전문가와 약 4시간을 보내었다. 미국 진출 시에 법인 설립과 상표권, 특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1:1로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캐서리나 변호사님께서 말씀해주신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이다. 유대인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한 초대형 스타트업계에서 지금은 인디언들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내게 강조한 것은 네트워킹이다. 아무리 뛰어나고 기술이 좋아도 펀딩을 지원하고 길을 열어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한국인들은 교포사회에서 서로 돕습니까? 아무것도 백그라운드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이곳에 와서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나는 여기서 igniteXL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 엑셀레이터의 성패는 결국 투자회사의 성패와 연결되어있다. Win-Win을 구조적으로 해내야 생존 가능한 곳이 바로 엑셀레이터, 벤처캐피털의 생태 시스템이다. 나는 이 시스템에 아주 큰 매력을 느낀다. 타인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 구조가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열정 있는 기업가들, 창업가들은 글로벌 회사를 꿈꾼다. 하지만 그런 회사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해나가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미국에 홀로 떨어져서 사업을 하는 게 지금 이 시대에 과연 가능할까? 이때 엑셀러레이터의 네트워킹 능력이 결정적 힘을 발휘되게 되는데 나는 igniteXL을 만났으니 이만한 행운이 또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