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_02편
차 없는 미국 생활이란?
예고편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미국에서 차 없이 생활하는 것은 마치 스마트폰으로 코딩을 하는 것만큼이나 비효율적이다.
실리콘밸리에 머무르면서 자주 가게 될 장소인 사무실(코워킹 스페이스 또는 카페), 음식점, 마트를 기준으로 차를 이용할 때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시간 차이를 보자.
숙소에서 사무실까지 이동시간 비교
차 : “12분 만에 출근이라니 넘나 상쾌한 것~!”
대중교통 : “걸어가서 전철 타고 내려서 갈아타고 다시 걸어가면 아침부터 운동되고 좋겠..”
숙소에서 음식점까지 이동시간 비교
차 : “얼른 가서 밥 먹자 배고프다”
대중교통 : “우리 그냥 집에서 먹을까..?”
숙소에서 마트까지 이동시간 비교
차 : “가자”
대중교통 : “이제 집 밖으로 나가기 싫다”
상당히 정확한 도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지도를 통하여 알아보았다. 당신이 직접 확인했듯이 가끔이 아닌,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 낭비다.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이 차만큼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인 중 한분은는 한동안 경비를 아끼느라 오직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였는데, 보통 왕복 3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그 거리를 차를 타고 다니는데, 왕복 1시간도 채 안 걸리니 아침잠도 더 자고 여가시간도 더 늘어나서 좋다고 하더라.
물론 부득이한 사정으로 차를 쓰지 못하고 대중교통만 써야 할 상황이라면 숙소와 사무실 위치를 대중교통이 코앞에 있는, 이른바 역세권으로 구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소에 이동할 때는 여전히 불편함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역세권으로 숙소와 사무실을 구하는 게 제일 싼 렌터카를 찾는 것보다 훨씬 힘들 걸..?
본격적으로 렌트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미국에서 렌트를 하려면, 한국에서 반드시 챙겨 와야 할 준비물이 있다. 여권,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신용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4가지 준비물이 있어야 렌트가 가능하다. 나는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운전면허증은 필요가 없을 줄 알고 챙기지 않고 공항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팀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소름 돋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렌트를 못 할 수도 있고, 만약에 하게 됐더라도 교통사고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당히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정신이 번쩍 들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미국에서 외국인이 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이 둘 다 있어야 한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국제운전면허증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증명서 류일뿐, 공식 운전면허증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급하게 부모님에게 부탁하여 출국 전까지 운전면허증을 챙길 수 있었다. 이 나이에 엄마 찬스라니.. 초딩도 아니고.. 무튼 운전면허증까지 해서 4가지 준비물을 잘 챙겨 온 덕분에 문제없이 렌트 및 운행을 하고 다닌다.
- 렌터카 빌릴 때 신용카드를 제외한 3가지 준비물을 다 확인하는 편이니 다 챙겨가는 것이 좋다.
-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방법은 여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카드의 경우 해외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라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으나,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우리는 TURO에서 체크카드 결제가 되지 않더라. 그래서 웬만하면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credit card)를 반드시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신용카드에 대한 주의사항은 이전 편 글을 참고하는 것이 매우 좋다.
- 캘리포니아주에서 렌터카 운전 시 보험과 면허증에 관련된 아주 잘 정리된 내용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평상시에도, 신용카드를 제외한 3가지는 반드시 지참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 경찰과 함께할 일이 생겼을 때 3가지가 없으면 일처리가 상당히 피곤해진다. 미국에선 한국처럼 봐주거나 적당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과 관련된 모든 것에 매우 엄격하다. 거기다 요즘 트럼프까지 날뛰어서 더욱.. 당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마치 스타트업의 운명처럼.
TURO vs 일반 렌터카
나는 미국에 처음 와보는 입장이라, 정보를 이것저것 조사하기 전에는 미국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렌터카에 대해서 알아보려 했지만 우리 팀원이 미국에서 여행하며 렌터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서 맘 놓고 바로 미국으로 왔다.
첫 번째 사건
우리는 팀원의 추천 하에 가장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TURO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샌프란 국제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우버비를 아끼고 싶어서 도착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한 차를 찾았는데, 공항과 가까운 곳에 Prius 차량이 있길래 그것으로 결제하였다. 우리는 1달 이상 대여 시의 할인을 받아서 많이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 하루에 $19였으니 아마 그 당시 빌릴 수 있는 렌터카 중에서 가장 쌌을 것이다. 그러나 행운은 쉽게 굴러들어 오지 않는 법.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결제하고 차주에게 메세지를 남겼었고, 샌프란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에도 메세지를 남겼었는데 아무런 답이 없었다. 뭔가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지만, 저녁시간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차주의 집주소로 향했다. 거기서 다행히도 차주를 만날 수 있었다면 '첫 번째 사건'은 탄생하지 않았겠지. 차주는 없었다. 차주는 집을 비웠는지, 빌려줬는지, 어쨌든 남미 여행을 가버리고 없었고 다른 집주인? 이 있었다. 결국 늦은 시간에 더 이상 다른 차를 렌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우버를 타고 숙소를 향하게 되었다. 우버비를 아끼기 위한 전략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두 번째 사건
결국 TURO를 통해 다른 차를 빌렸고 문제없이 잘 타고 다녔다. 각종 코워킹 스페이스, 구글 본사, Philz Coffee, InNOut Burger 등 핫한 곳들을 잘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일과 탐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숙소를 같이 쓰는 지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창문이 뭔가 이상했다. 깨져 있는 것이다.. 차 안에다 작은 가방을 두고 식사를 하러 갔었는데, 우리가 맛있는 저녁을 즐기는 동안 그 가방을 훔치기 위해서 창문을 깼던 것이다. 나중에 자세하게 들려주겠지만, 미국에서는 차 안에 귀중품 아니 그냥 웬만한 것들을 두고 내려선 절대 안 된다. 구글링 해보면 우리 같은 피해자가 매년 수두룩한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동전 몇 개' 있는 것도 털어가기 위해 창문을 깼단다. 도둑들의 근면 성실함을 인정해줘야만 했다.. 이런 살벌한 동네가 바로 미국이다. 분명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두지 않는 게 좋다.
내가 당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모르면 당할 게 참 많은 미국 생활이다. 그래서 당신이 미국에 온다면 사용하게 될 확률이 높은 TURO와 일반 렌터카 서비스의 장, 단점, 주의사항을 비교해보겠다.
우선 잠깐 TURO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자.
TURO는 '일반인이 자기 차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이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쉽고 빠르게 차를 렌트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인 서비스다.
그리고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살펴보자.
우선 가격만 비교해보면 최종 가격에서 무려 약 $330가 절약되는 TURO 차량이 더 낫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만 비교해서는 내가 렌트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주의사항들을 잘 확인해봐야 한다.
공통 주의사항
신용카드 때문에 렌트를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 자료를 참고하여 미리 문제를 예방하자.
차량의 인수, 반납 위치를 잘 확인하자.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차를 인수, 반납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교통비를 고려해야 한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을 꼭 가입해야 한다. 또한 본인이 사고 발생 시 져야 할 추가금액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돈을 좀 더 지불하고서라도 비싼 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다.
가격비교할 때, 꼭 최종 가격을 비교하자. 마음이 급하면 보험료, 세금 등 내야 할 모든 돈을 고려하지 않고 차값만 보고 덜컥 결정해버릴 수도 있으니.
TURO 사용 시 주의사항
일반적으로 가장 싼 렌터카는 TURO에서 찾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가장 싼 차는 변속기가 수동기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수동기어도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제일 싸면서 자동 기어인 차도 있으니 싸다고 무조건 제외하진 말 것.
TURO는 대체로 free pickup을 제공하는 차주가 거의 없다. 업체가 아닌 개인이 차를 대여해주므로 당연히 귀찮아서 해주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일반 렌터 카보다 더욱 위치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위치에서 렌트하고 싶은 차량의 위치가 매우 멀어서 차량을 인수&반납하기 위해 드는 추가 비용 또는 시간이 부담스러운 수준일 수 있으므로.
TURO에서 차를 빌릴 때는, 'MILES INCLUDED'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이것의 의미는 해당 차량을 렌트한 뒤 반납하기까지 '총 운행거리에 대한 제한량'을 의미한다. 자신이 만약 1달 동안 평균 주행하게 될 거리가 약 2,000mi로 예상된다고 가정하자. 실제로 빌리고자 하는 차의 운행거리 제한이 1,500mi로 되어 있다면 무려 500mi에 대한 추가 요금이 발생하게 된다. 추가 요금은 TURO에서 공식적으로 mi 당 $0.75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500mi이면 무려 $375를 더 내야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내가 운행하게 될 거리와 운행거리 제한을 확인하자. 또한 차를 대여하고 난 뒤에도 누적 운행거리를 자주 확인하며 주어진 운행거리 제한을 넘기지 않는지 확인하자.
차량 리뷰를 잘 확인하여 차주 및 차량이 괜찮은지 확인하자. 나처럼 놀러 간 차주를 만나러 헛걸음 하기 싫다면. 그리고 결제 후에도 차주와 메세지를 주고받아 문제없이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TURO에서는 렌트 기간이 1달 이상일 때 할인하는 차들이 많다. 차주마다 할인율이 제각각이라, 단기간에선 비싼 차가 장기간에선 오히려 매우 싼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사용할 정확한 기간을 입력하여 검색 결과에서 가장 싼 차량을 찾자. 검색 결과에는 할인율 정보 없이 렌트 기간에 해당하는 차와 하루 당 렌트비가 나오지만 이것은 할인이 적용된 하루 당 가격이므로 여기서 최저가를 찾으면 된다. 할인율은 최종 결제하기 전, 가격 정보를 알려줄 때 나온다. 싸게 빌리고 싶다면 1달 이상의 장기간 렌트를 추천한다.
일반 렌터카 사용 시 주의사항
Hertz나 enterprise처럼 업계 상위권에 해당하는 안전한 업체에서 렌트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역별로 중소규모 렌터카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렌트를 제공할 때가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거기엔 당신이 미처 확인하기 어려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인의 경우 중소규모 업체에서 렌터카를 빌렸다가 문제없이 잘 쓰고 반납했다. 그런데 교통체증 때문에 예정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 늦게 반납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던 페널티 계약조건 때문에 약 $300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었다. 중소업체들은 얇실하게 페널티에 대한 계약 조건을 말도 안 되게 작성해놓고 고객에게 딱히 언급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의사항을 잘 참고하여 각 차량별 가격, 혜택, 계약내용을 잘 비교해보아 입맛에 맞는 차로 렌트하면 되겠다. 특히나 TURO 서비스의 주의사항은 구글에서 검색하여도 한글로 정리된 내용이 적은 편이니 잘 참고하여 도움되었으면 좋겠다.
일반 렌터카 업체에서 렌트할 때는 아래의 자료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구글에서 몇 개의 유명한 사이트들(rentalcars.com, expidia.co.kr 등)을 동시에 켜놓고 같은 기간 내 최저가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렌트를 하지 않는다면..
cal train이라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cal train 사용법은 여기를 참고하자. 위에서 대중교통이 비효율적이라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만, 그래도 나름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대중교통이다.
드문 경우에 속하지만 직접 중고차를 구매하여 이용할 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정식 체류비자가 없이 여행객 신분(관광 비자)으로도 중고차를 구입, 등록하여 운행하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이거슨 천조국의 창조경제 전략인가..?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한 주도 있을 것이다. California에서는 가능하다. 실제로 지인 중 한 분은 업무 때문에 꽤나 자주 실리콘밸리를 왔다 갔다 하시는데, 매번 렌트하려니 오히려 비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어서 최근에 저렴하고 좋은 중고차를 장만하였다. 그리고 차량 등록 및 보험가입을 문제없이 해두고 잘 이용하고 있다.
혹시나 중고차 구매를 할 예정이라면 여기를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나처럼 비용절감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최종적으로는 TURO를 통하여 렌트하는 것을 추천한다($330이나 아낀다구!).
다음 편은 '숙소 구하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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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igniteXL'와 함께 일하는 창업가
- 무작정 실리콘밸리에 뛰어들어 수 만 가지(!?) 경험을 쌓는 중
- '학습과 성장'에 관련한 IT Tool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갖고 도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