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gniteXL May 09. 2017

월세만 400만원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_03편


살인적인 물가


실리콘밸리의 평균 연봉이 높은 이유

실리콘밸리의 유명 IT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106,900이다(2016년 통계자료, 구글, 근무기간 5년 이하 엔지니어 직원들의 평균 연봉). 한화로 치면 약 1억 하고도 2천만 원이다. 맙소사, 한 달에 평균 천만 원을 번다는 얘기다. 이렇게나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직원의 업무능력과 회사의 지불능력이 서로 따라주는 것 이외에 '살인적인 물가'도 한몫을 한다. 대부분의 물가가 높은 편이지만 그중 부동산 물가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비즈니스 트렌드를 이끄는 거대한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그중에서도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어 있다. 몰려드는 인재들과 성장하는 사업들을 보고 있으면, 실리콘밸리 일대의 부동산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 것이 한 편으론 당연해 보인다.


한 달에 평균 1000만 원 번다고 하더라도 나갈 돈 다 나가고 나면 그렇게 까지 많이 남지는 않는다. 우선 세금 제하고 나면 보통 75% 정도가 남으니 실제로 받을 월급은 750만 원이다. 월세는 자기가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꽤 많이 난다. 대충 계산해보자면 최소한 $2,000은 넘고 최대는 $5,000 정도로 볼 수 있다. 평균으로 $3,500 정도로 본다고 하면 약 400만 원이 월세로 빠지게 된다. 자 그럼 350만 원이 남고.. 여기서부터 식비 등등 제하면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이렇게나 먹고살기 힘든? 동네다. 평균 연봉으로 대충 계산해 본거지만, 사실 구글과 같은 유명 대기업에 Full time-job(한국으로 치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 살 수 있는 동네 맞아?


내 연봉은 1억 2천이 아닌데..

현실적인 영역에서 벌고,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 오는 스타트업 팀들의 생활은, 이 현실적인 영역에 속할 것이다. 그렇담 우리는 숙소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


국가/기관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숙소를 지원받는 것이 제일 좋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말고 목숨 걸고 국가/기관 지원사업 프로그램에서 통과하도록! 끝!

이런거 말입니당, 무려 실리콘밸리 상륙작전입니당

...


농담이다. 아니 진담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지원사업 통과가 맞다. 한 달에 월세가 약 150만 원, 3 달이면 450만 원이다. 내 돈 주고 온다면.. 윽-배아프닷..! 그러니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지원사업에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통과하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이 글을 읽으면 된다. 팔로팔로미.


숙소 위치는 넘나 중요한 것

숙소비용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비용보다는 2가지 고려사항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

첫 번째 고려사항 : 치안. 안전한 지역을 기준으로 숙소를 잡아야 한다. 미국에선 신기하게도 블록 하나만 건너도 급격하게 위험해질 수 있다. 분명 방금까진 안전한 동네였는데, 블록 하나 건너고 나니 온갖 범죄의 소굴에 입장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숙소를 구할 때는 반드시 우범지역을 피해서 구해야 한다.

#1. 몇 년 전 국가 지원사업 중에서 현재 판매하는 제품/서비스가 있는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모아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숙소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기관에서 미리 숙소를 예약해야 했었다. 주 활동지역인 San Francisco 근처에 숙소를 구하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차로 3~40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인 Oakland에 있는 숙소를 알아보니 훨씬 싼 것 아닌가!? 숙소는 Oakland에 구해졌고 스타트업 팀들은 해당 숙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은 'Oakland는 미국에서 범죄율 상위권에 해당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참가했던 스타트업들의 말로는 "어쩐지 조금이라도 늦은 시간에 숙소에 돌아갈 때는 분위기가 음산하고 뒷목이 서늘했다"라고 하더라...

#2. igniteXL에서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대표님이 숙소를 싸게 구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 발품을 팔던 중, 갑자기 숙소를 구했다며 신이 나게 달려왔다. 이미 계약까지 하고 왔다기에 계약서를 좀 살펴봤는데, 계약조건이 괜찮았다. 단 1가지만 빼고. 위치가 East Palo Alto 였다. Palo Alto는 집 값 비싸고 부자들 많은 동네라 안전할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에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East Palo Alto는 Oakland 못지않은 우범지역'이다. 따라서 당장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알아보라고 돌려보냈다. 숙소비용 줄이려다 수명 줄일뻔했다.

본의 아니게 우범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추억을 남기기 싫다면 아래의 지역은 참고하여 피하자.

- SF area :  Tenderloin district, some parts of Mission district, and Bayview-Hunters point
- East Bay area :  Oakland area is being developed with lots of new restaurants and new housing.  Places to avoid are East Oakland near Fruitvale areas
- South Bay area :  Generally South Bay areas are safe but some parts of downtown San Jose area can be dangerous
- Peninsula:  Palo Alto area is known to be one of the most affulent neighborhoods in the Bay Area however East Palo Alto is still considered to be one of the most dangerous areas and should be avoided

실리콘밸리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지인분에게 여쭤보고 얻은 정보이다. 요즘은 샌프란시스코나 팔로알토 등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젊은 세대들이 오클랜드나 기타 지역들로 이동하고 부동산 발전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우범지역이 꽤나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한 지역들은 아직까진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고려사항 : 이동시간. 주 활동지역으로 이동하기 용이한 곳으로 숙소를 잡자. 차를 렌트하였다고 해도 애매한 위치에 숙소를 잡으면 출퇴근 시간에 꼼짝 못 하고 도로 위에 갇혀있을 수 있다. 단체로 이동한다면 Carpool lane(버스 또는 2인 이상 탑승차량 전용 차선, 보통 월~금 오전, 오후 출퇴근 시간에 사용할 수 있음)을 통해서 그나마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막힐 땐 다 같이 막히므로 시간 손해를 크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자주 막히는 위치를 피하고 주 활동지역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구글맵(웹)에서 출발시간을 조정하면, 출퇴근시간에 얼마나 막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25분이면 갈 거리인데 출퇴근 시에는 최대 1시간 15분, 즉 3배나 더 걸릴 수 있다.


집 렌트의 종류

직접 집을 렌트하려면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하숙, 서브렌트, 렌트.

하숙은 말 그대로 하숙집이다. 보통 한인들이 운영하는 하숙집이 많다.

서브렌트는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 개념일 것이다. Sub-Rent는 방이 여러 개 있는 집에서 방 하나를 렌트해주는 것이다. 즉, 집 전체가 아닌 집의 일부를 렌트하는 것.

렌트는 집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일반적인 렌트다.


최대한 아껴보자

절대적인 가격은 아니다.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나므로 감을 잡기 위해 참고만 하자

실리콘밸리 일대를 기준으로 렌트 종류별 대략적인 평균 가격과 장, 단점, 주의사항을 비교해놓았다. 숙소 구할 때는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인 'SFKorean'을 참고하면 좋다.

하숙, 서브렌트의 경우 최소 1달부터 렌트가 가능한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장기계약을 더 선호하며, 렌트의 경우 보통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계약부터 가능한 편이다. 그러므로 보통 실리콘밸리에 머무르는 스타트업들은 하숙이나 서브렌트를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만약 렌트를 하게 된다면 일반적인 렌트는 여러 가지 문제로 구하기가 어렵다. 이런 우리를 위해서 생겨난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바로 Zeus Living이라는 것인데, Airbnb와 흡사한 서비스이지만 실리콘밸리 일대의 괜찮은 집들을 월 단위 렌트로 제공하는 게 큰 차별점이다.


계약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

Utility 비용 확인. Utility 비용은 한국으로 치면 관리비다. 전기세, 수도세 등을 포함한 일반적인 관리비에 해당하는데, 이 비용이 대략적으로 얼마나 나오며 부담되는 선인지 아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Utility 비용이 꽤 커서 월세 부담을 확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차장 확인. 땅 넓은 미국이지만, 의외로 주차하기가 힘든 경우가 꽤나 많다. 잘못 주차했다가 견인당하기라도 하는 날엔 $300 정도는 그냥 날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반드시 숙소를 이용하는 동안 나의 렌터카를 안전하게 주차할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하자.

나의 첫 번째 숙소는 일반 주택가여서 주차하기가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숙소는 타운하우스(5~10개의 3층 주택이 붙어져서 하나의 건물처럼 지어져 있고 그런 집들이 모여있는 단지)로 옮기게 되었는데, 여기는 주차 문제가 꽤나 심각한 곳이다. 기본적으로 집 차고에 2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차량들은 Street Parking을 해야 한다. 문제는 Street Parking의 자리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늦게 집에 들어오면 주차 자리 찾느라 한참을 고생하게 된다.
늦게 들어온 어느 날, 주차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냥 숙소 앞에 있는 Guest Parking에다가 주차하였다. 다음날 오전에 차를 타려고 나가보니 차가 사라졌다. 'Tow.' 견인당한 것이다. Guest Parking에 24시간 주차가 가능한 줄 알고 해놨었는데, 알고 보니 1시간 제한이었고 고로 우리 차는 견인당한 것이다. 가까운 견인소에 있다는 것을 전화로 확인하고 찾으러 갔다. 나는 차주가 아니기 때문에 차주가 빌려준 차 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의 이름이 포함된 보험 가입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벌금은 약 $300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등 온갖 개고생을 겪은 뒤에야 다시 차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내 집 앞에서 내 차를 견인당하다니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상황인가.

청소비 확인. 집을 나갈 때, 다음 세입자를 깨끗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용역 업체를 불러 대청소를 실시하게 되는데, 청소비는 보통 이전 세입자 부담이다. 따라서 청소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걸 대략적으로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미리 알아두거나 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계약 및 입주 전, 깨끗한 상태의 집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다. 계약이 끝나고 나갈 때, 다양한 명분으로 집 청소비, 수리비 등을 청구하며 보증금에서 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찍어둔 사진대로 집을 잘 되돌려놓고 그런 불상사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유학생의 경우 악덕 건물주를 만나서 청소비를 본의 아니게 많이 냈었다. 계약 전에 미리 알려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2주마다 청소비용을 청구하는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고 계약 후 해당 비용을 고스란히 줘야만 했다. 또, 청소 비용을 줬는데 인력은 보내지 않아서 돈만 지불하고 청소는 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었다. 이런 불상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 꼼꼼히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타 확인할 것들. 인터넷은 설치되어 있는지, 집에 이상 있는 곳은 없는지, 주인이 이상 한진 않은지 등등.. 중요한 것들은 모두 확인할 것!



안녕하세요 호갱님


중고나라 벽돌 택배(사기)는 우습다

옛말에 "물건을 모르면 돈을 많이 줘라"는 말은 괜히 있는 말도, 틀린 말도 아니다. 거의 맞는 말이다. 가격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비슷한 물건을 넘나 비싼 돈을 주고 사는 호갱님은 되지 말아야 하지만, 너무 싼 것을 사려다가 돈을 다 날리게 되는 슈퍼호갱님이 되어선 더더욱 안된다. 'craigslist'에서는 바로 이런 슈퍼호갱님을 기다리는 녀석들이 즐비해있다.(당신을 노리고 있다ㅎㅎ) 당신의 예산이 넘나 부족해서 꼭 craiglist를 이용하여 최저가를 찾아야겠다면, 최소한 다음 몇 가지는 주의하자. 돈 먼저 달라고 하는 놈, 메일 답장이 뭔가 모르게 어색한 놈(이것은 현지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럼 월세, 심하게는 보증금까지 날려버리는 수가 있다.(털썩. 이게 다 얼마야..)


또 다른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여기서는 장기간(1~3개월) 동안 머무르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호텔,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였다. 위에서 소개해준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호텔,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구하면 1~3개월 간의 숙소비용이 엄청나게 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도 알아두면 좋다.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숙박할 경우, 렌터카를 이용하여 주차를 하게 된다면 호텔 주차비를 꼭 알아보자. 하루 주차비만 별도로 $50씩 들 수도 있다. 호텔은 최저가로 싸게 구했는데 주차비가 더 비싸게 나와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과감한 협상전

성수기가 아니라면 수요는 줄고 공급은 여유롭기 마련. 비성수기엔 내가 건물주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을 내세워서 과감하게 렌트비용을 협상해보자. 장기간 계약, 안정적인 월급, 화려한 커리어 등 나의 장점을 내세워서 렌트비를 흥정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월세를 안정적으로, 장기간 동안 낼 수 있다는 보증수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깎아주는 경우가 꽤 있으니, 협상을 잘 해보길 추천한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숙소 구할 때 중요한 사항들을 짚어보자

치안 확인 : 안전이 최우선

이동시간 확인 : 숙소에서 주 활동지역까지 출퇴근 시간 차 막힘을 고려하여 이동시간을 확인

월세 확인 : 너무 싼 곳 구하려다 사기당하지 않기, 너무 비싼곳 구해서 예산 낭비하지 않기

보증금 확인 : 돌려받을 돈이긴 하지만 한 번에 큰돈 들어가는 것이니 부담되는 선이 아닌지 확인

주차장 자리 확인 : 주차 잘못해서 견인당하면 $300 벌금!

청소비 확인 : 청소비가 얼마나, 어떻게 청구될 예정인지 확인하여 예정에 없던 예산을 지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다음 편은 '예산짜기'로 돌아오겠다.

'구독하기' 누르고 놓치지 않고 받아보는 센스!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시리즈_이전 편 보러 가기




  글쓴이 소개


-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igniteXL'와 함께 일하는 창업가

- 무작정 실리콘밸리에 뛰어들어 수 만 가지(!?) 경험을 쌓는 중

- '학습과 성장'에 관련한 IT Tool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갖고 도전 중

작가의 이전글 걷기 힘든 미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