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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gniteXL May 11. 2017

빈틈없는 예산짜기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_04편


천조국에 세금 내기


"뭐야 미리 계산했던 것보다 많이 나오는데?" 물건이나 서비스 비용을 결제하는데 이상하게 내가 계산해둔 금액과 맞지 않는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 예산이 '1000조'를 넘는다 하여 붙여진 그 이름 천조국. 미국에 와서 생활하며 이리저리 세금을 떼인다. 한국에선 가끔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제품/서비스의 소비자 가격에 부가세 10%가 항상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비용을 계산할 때, 소비자 가격만 따지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선 대부분 제품/서비스의 세금 비용이 계산 시에 별도로 책정되므로 이 부분을 항상 고려해둬야 한다. 계산할 때마다 붙는 세금의 내용이 차이가 있는 편이라 얼마가 세금으로 붙는지는 제각각이다. 그러나 어떤 세금이든 1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산 수립 시 넉넉잡아 10%로 보고 계산해두면 좋다. 이미 알고 왔던 내용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팁? 그거 내야 돼?


매일 팀원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다가 하루는 혼자 식당에 들렸다. 미니 햄버거 3개짜리 요리와 이름 모를 칵테일 한 잔을 시켜먹었다. "크~ 좋다." 나른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며 식사를 다했을 때쯤, 종업원이 다가와 계산서를 건넸다. '음.. 신용카드로 팁 값을 어떻게 계산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신용카드를 주면 음식값을 결제한 뒤에 다시 영수증을 가져다준단다. 그 영수증에 팁 값과 팁 값을 포함한 합계 가격을 적어주면 나중에 따로 혹은 같이 결제된단다. 그렇게 또 하나 배우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팁을 주는 문화가 없다. 식당에서 음식값을 지불할 때는 부가세 10%부터 시작해서 당연하게도 모든 인건비+운영비 등에 대한 것이 포함된 가격 개념으로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세금을 제외한 전체 음식값에서 일정 수준의 팁 값을 지불해야 한다. 법적으로 강제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암묵적인 규칙이며 문화이다. 미국 생활은 처음이었어도 팁 문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기에 식비 예산을 수립할 때 팁 값을 고려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막상 수립한 예산에서는 잊어버리고 포함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평소에 식비를 고려할 때 팁까지 낸 경험이 거의 없고, 우리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수한 부분인 것 같다.


지내다 보니 이들의 팁 문화는 알고 보면 꽤나 괜찮은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기본급여가 종업원(Server)에게 지급되긴 하지만 그 금액 수준이 꽤 적은 편이어서 이것만 가지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종업원 급여의 대부분은 팁 값에 해당한다. 즉, 자기가 친절하게+열심히 일한 만큼 팁을 잘 받고 그것이 모여서 월급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친절하게 serving을 하는 편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 종업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 해낸 만큼 보상을 받으니 서로 가치교환이 합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팁 값에 대한 계산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 볼 만하다. 첫 번째는 뷔페(buffet)에서 처럼 종업원에게 서비스를 받는 부분이 비교적 적은 레스토랑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전체 음식값에서 최소 10 ~ 최대 15% 정도를 내는 게 무난하다. 두 번째는 일반적인 레스토랑부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까지의 범위에서 종업원에게 서비스를 full로 받는 레스토랑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전체 음식값에서 최소 15 ~ 최대 20% 정도를 내는 게 무난하다. 어떤 경우에서든 팁을 최소 기준에 맞춰 낸다면 "오늘 서비스는 그저 그랬어~앞으론 더 잘해줘" 같은 느낌에 가깝고, 최대 기준에 맞춰 낸다면 "오늘 서비스는 정말 만족스러웠어~ 고마워" 같은 느낌에 가깝다는 걸 참고하여 본인이 받은 서비스 질에 맞게끔 팁을 잘 챙겨주자. 종업원의 미소가 월급으로 보답될 수 있도록.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서브웨이처럼 직영 또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인 경우에는 팁을 지불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마다 달라서 주는 경우도 있고 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드물다. 그런 곳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직접 주문한 내용에 대한 필수적인 서비스만 받는 느낌이라서 그렇달까.


한국인을 포함한 대게의 아시아인들이 팁 문화에 대한 경험이 적고, 익숙하지 않은 탓에 팁을 잘 주지 않나 보다. 서양인들 사이에선 "아시안들은 팁 짜게 준다"라는 소문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식비 예산 수립 시에는 다음의 예시를 참고하여 세금과 팁을 고려한 예산을 짜 보자.

어떤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 밥값으로 식비 $50, 세금 8%, 팁 15% 지불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전체 식비 = 식비 $50 + 세금 $4(=$50*8%) + 팁 $7.5(=$50*15%) = 총 $61.5 가 된다.

그리고 팁에 관해서 더욱 궁금한 게 있다면 팁 문화 이해하기신용카드로 팁 결제하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어잌후 삽질 투성이네


삽질 #1. 통신비 예산을 수립할 때, 미국의 통신 대기업인 T-mobile hp에 들어가서 요금제를 꼼꼼히 확인해가며 최적의 예산을 수립하였다. 빈틈없는 예산 수립이라며 자축하였지만, 현지 와서 개통하려고 보니 USIM 비용을 당당하게 빼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통 요금제와 USIM chip 값은 별도로 지불되니, USIM 값을 고려해야 한다. USIM 값은 약 $10 정도로 보면 되고 한 번 구매하는 비용만 책정하면 된다.


삽질 #2. 렌터카 예산을 수립할 때, 구글에서 일반 렌터카와 TURO 서비스를 비교해가며 예산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최저가에만 눈이 멀어 렌트 비용만 계산하고 보험료를 빼먹은 것이다. 최저가를 잘 찾고 나서 보험료를 빼먹는 삽질 덕에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말자. 흑흑..

투로는 1달 보험료가 약 $100쯤 한다. 보험료는 기간/차량에 따라 달라지니 유의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TURO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진에서 보이는 '1,875 mi incleded'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운행거리 제한이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운행거리 제한을 넘길 경우 1mi 당 $0.75 만큼이나 추가 요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루 평균 주행할 거리*전체 사용기간이 운행거리 제한을 넘는다면 TURO 보다는 일반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 렌터카는 운행거리 제한이 없다. 자세한 내용은 '나의 사용 목적에 맞게 렌트하기'를 참고하면 좋다.


삽질 #3. 교통비 예산을 수립할 때, 렌터카가 있으니 다른 모든 교통비에 대해선 예산을 수립하지 않았다. 현지에 와서야 "내가 무슨 멍청한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렌터카를 사용할 예정이면 대부분의 교통비는 추가로 들 일이 없이 렌트비와 기름값, 주차비 정도가 들게 된다. 그러나 렌터카를 인수&반납하러 갈 때 혹은 렌터카를 사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의 추가적인 교통비를 고려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렌터카만 쓰고 다른 교통수단은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삽질 #4. 숙박시설 렌트 예산을 수립할 때, 월세만 책정했다(...) 미국에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착한? 건물주만 있다고 상상했나 보다. (멍청 멍청) 한 달이든 몇 달이든 당연히 보증금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꼭 보증금을 예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보증금은 자기가 숙박을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감을 잡고 싶다면 '실리콘밸리의 월세는 얼마일까'를 참고하자.

보증금 빼먹기로도 모지랐는지, 다른 몇 가지 큰 실수도 했었다. 아래에 나오는 우리의 실제 예산 기록을 참고하면 알게 되겠지만,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하다 보니 "숙박비 예산 $1300/월 정도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지~" 하고 딱 $1300만 준비해왔었다. 막상 집을 구하려고 살펴보니, 웬만한 하숙집도 $1300로는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하숙, 서브렌트 중 어떤 유형으로 집을 구하더라도 대부분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집주인이라 월세를 한화로 받을 수가 없는데 우리는 "큰돈은 안전하게 통장에 넣어 보관하자"라는 나름 전략적인? 계획을 실행하였다. 막상 줘야 할 돈이 달러이므로 어떻게든 손해를 보며 현지에서 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운이 좋게도 한화를 받을 수 있는 집주인에게 서브렌트를 하게 되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멍청함으로 인한 손해가 마구 발생하였을 것이다.



전투적인 예산 수립 그리고 생존


우리의 경우 이번 실리콘밸리 탐험 프로젝트를 순수 자비로 왔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예산을 꽤 공격적으로 수립 및 사용하였다. 최고의 생산성 도구 중 하나인, 구글 드라이브를 이용하여 예산 관련 정보들을 기록하고 정리하였다. 함께 실제 기록을 참고(웹에서 보는 것을 추천)해보자.

2주짜리 예산 기록 샘플을 살펴보면, Driving Data와 Phone Data까지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TURO에서 렌트할 경우 대여기간 동안 제공되는 기본 mile을 넘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기록 및 관리가 필요하였다. 또한 휴대폰 데이터를 다 써버리면 밖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기록 및 관리가 필요하였다. 이와 같이, 생활/업무 내용 중 예산과 관련된 중요한 데이터들예산과 함께 철저하게 기록하고 관리하였다.


우리가 순수 자비로 오기는 했지만 부산의 코워킹 스페이스 업체인 PATHFINDER에서 운영하는 '실리콘밸리 원정대' 프로그램에 통과하여 첫 달 숙소를 지원받았었다. 덕분에 숙소비에서 꽤나 큰 예산 절감을 할 수 있었어서 전체 예산을 다이어트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 최고의 코워킹 스페이스 - PATHFINDER 사랑해요!)



당신도 슬슬 준비할 차례


수개월간의 실리콘밸리 생활 후 쌓인 real-data를 반영하여 '예산짜기 샘플'을 만들어보았다. 실리콘밸리에 오는 스타트업/창업자들은 꼭 확인 후 나와 같은 삽질은 하지 않길 바란다.

모든 합계는 1인 기준 예산이며, 팀으로 와서 1/n 경비를 적용한 경우의 합계와 비교해보았다

합계만 비교해보면 1인 예산 금액에서 팀으로 오는 경우와 아닌 경우 최대 $5,670(₩6,237,000)나 아낄 수 있다. 무려 예산의 반을 절감할 수 있다는 말씀! 그러니 장기간(1~3개월) 오게 될 경우 반드시 팀으로 와서 공동 경비 항목(렌터카/숙소 렌트/주차비/주유비/생필품비)은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샘플에서는 보수적으로, 다시 말해 웬만한 상황은 문제없도록 꽤 여유 있게 잡은 예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저만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저것보다 훨씬 아껴, 실제 사용 경비는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와서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니(내가 견인비 $300 낼 줄 누가 알았겠냐..) 예산을 수립하고 준비할 때는 샘플처럼 보수적으로 잡는 것을 권유한다.

자세한 내용은 정성스레 만든 '예산짜기 샘플'(웹에서 보는 것을 추천)을 통해서 꼼꼼하게 확인하길 바란다.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

예산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수립할 것

세금(그때그때 다르므로 넉넉하게 10% 잡고 계산하기) 꼭 반영하여 예산 수립하기

팁(세금을 제외한 전체 외식비에서 15% 잡고 계산하기) 꼭 반영하기 예산 수립하기

현금/신용카드를 예산 내용에 따라 잘 준비할 것

예산은 항목별 성격에 따라 주, 월 단위로 수립하는 것이 용이함



다음 편은 '실리콘밸리에서 업무 보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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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소개


-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igniteXL'와 함께 일하는 창업가

- 무작정 실리콘밸리에 뛰어들어 수 만 가지(!?) 경험을 쌓는 중

- '학습과 성장'에 관련한 IT Tool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갖고 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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