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나에게는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최근 일본과의 외교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사드 배치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난해한 질문이 나에게 날라온다. 때로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경제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정치외교학과 나오면 뭐 먹고 살아?”
“개도 안 준다는 정치를 왜 해”
나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답한다.
“다 먹고 살더라. 그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하지만 나를 가장 곤란하게 하고 아직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게 하는 질문이 있다.
“정치가 뭐야?”
스무 살에 호기롭게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7년을 정치학도로서 살아왔다. 운이 좋아 정당에서 직책까지 맡았다. 현장에서 정치를 느꼈고 그들과 공감을 했다. 때로는 이상과의 괴리감 때문에 후회하고, 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그런데도 저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답하는 게 정치’라 말할 뿐이다.
나는 정치가 학문의 제왕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투쟁과 타협을 하며 살아갔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정치는 전쟁이기도 했고 외교, 결혼, 무역, 약속, 규칙이었다. 우리를 압제와 폭력 속에 살게 한다. 선왕과 평화의 시대에 살게 한다. 모든 것은 정치였다. 피지배자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과거, 현재, 미래에 투영되는 것. 이를 우리는 정치라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이성에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는 종교에 기대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매 순간 고뇌하고 사색하여 발전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협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불행이다. 행복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불행에 대해서는 다르다. 기본적인 의식주와 자유 등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최선의 선택이 아닌 최악을 제거하며 우리는 살아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은 나의 치열하고 첨예한 사색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어디 가서 글이라 말하기에 부끄러운 실력이므로 미리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를 뒤 돌아보며 글을 쓰는 게 부끄러웠고 후회를 떠올리게 했다. ‘왜 그랬을까 ······ 그때 그러지 말걸’ 내면의 소리가 나의 경종을 울렸다. 그러다 문득 내 은사님이 늘 입에 달고 말씀하셨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내가 너 나이 때에 누군가가 실패와 고민에 대해 말해줬으면 내 인생은 정말 많이 바뀌었을 거다.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하는 게 아닌, 폭넓은 경험과 지식에 대해 말해주고 방향을 제안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답하는 것. ‘내 경험과 생각을 말함으로써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글을 쓰기로 한 이유이다. 거창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마치 철학적 질문을 말하고 답할 것 같지만 말이다. 당신과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의식주를 필요로 하는 ‘나’의 이야기이자 생각이다. 삶을 살아가며 문뜩 들었던 영감, 생각을 정리해 표현했다. 그래서 주제가 폭넓지만 깊지 않다. 남들과 같이 먹고, 자고, 일하는 나의 경험이 뭐 있겠느냐마는,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내 경험과 생각을 말함으로써 도움을 주고 싶었다. 글을 다 읽은 후에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혹은 ‘저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게 내 글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사색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