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시리즈 전설의 심볼 F의 진화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 로고 변천사

by Gil

KOF 시리즈의 로고 변천사를 다시금 짚어보게 된 계기는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바일 액션 RPG <KOF 올스타>의 로고 제작을 맡게 되면서, 원작이 수십 년간 쌓아온 묵직한 정통성을 어떻게 이어갈지, 동시에 새로운 장르적 차별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야만 했다.


The King of Fighters라는 이름이 가진 특유의 격투 감성을 계승하기 위해 역대 시리즈의 정체성을 분석했던 그 시간들은 흥미로운 여정이었다. 데이터를 수집하며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각 시리즈의 서사와 주인공들의 스킬 이펙트가 로고의 색상과 질감에 반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캐릭터가 총출동한다는 <KOF 올스타>만의 의미를 담아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질감을 로고에 녹여낼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때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1994년 첫 작품부터 최근의 파격적인 스핀오프 타이틀에 이르기까지 KOF 시리즈가 시대와 플랫폼, 장르의 변화에 맞춰 어떻게 시각적 진화를 거듭해 왔는지 정리해 보았다.



KOF 시리즈 심볼

KOF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아이덴티티로, Fighters의 F를 극도로 날카롭고 스피디하게 형상화했다. 획의 끝부분이 사선으로 예리하게 처리되어 있어, 타격감과 속도감이 생명인 대전 액션 게임의 본질을 타이포그래피의 형태만으로 전달한다.




THE KING OF FIGHTERS '94

전설의 시작. 90년대 아케이드 게임 특유의 쨍한 그라데이션과 굵은 아웃라인이 돋보인다. 이때부터 이미 F를 기형적으로 크게 키우고 'THE KING OF'를 작게 얹는 특유의 레이아웃이 확립되었다. 아랑전설, 용호의 권 등 SNK 간판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드림 매치' 컨셉이었기에에, 로고에서도 별을 모티브로 축제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




THE KING OF FIGHTERS '95

본격적인 오로치 사가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94에 비해 타이포그래피의 입체감이 두드러지고, 95 숫자 뒤에 푸른 번개 이펙트가 추가되었다.




THE KING OF FIGHTERS '96

빨강, 노랑, 파랑까지 3원색을 과감히 사용해 가시성을 극대화했다.




THE KING OF FIGHTERS '97

심볼 F를 빼고, 타이포그래피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 얌전해졌다. 배경에 거대하게 불타오르는 이펙트는 태양 혹은 오로치 문양을 연상시킨다.




THE KING OF FIGHTERS '98

다시 찾아온 드림 매치




THE KING OF FIGHTERS '99

심볼 F가 다시 빠졌다. 대신 불타오르는 숫자 99를 뒤에 거대하게 배치했다.




THE KING OF FIGHTERS 2000

Y2K 감성이 물씬 풍긴다. 배경에 있는 거대한 타원형은 숫자 0이 두 개 겹친 듯한 형태로 사이버네틱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계속되는 과감한 시도.




THE KING OF FIGHTERS 2001

다시 F 레이아웃으로 회귀. 코믹스를 연상시키는 굵은 아웃라인과 평면적인 컬러링, 그리고 거친 불꽃 형태의 F 백그라운드가 특징이다.




THE KING OF FIGHTERS 2002

또 F를 빼보는 타이틀. 이전 시리즈들의 화려함에서 다소 힘을 빼고 가독성에 집중한 형태 같다.




THE KING OF FIGHTERS 2003

KOF 약자를 로고 전면에 크게 내세웠다. 가장 큰 특징은 배경을 휘감는 녹색 이펙트인데, 새로운 주인공 애쉬 가 등장을 알린다. 애쉬가 사용하는 불꽃 색상이 녹색으로, 기존 쿄와 이오리의 붉은/푸른색을 탈피하고 시리즈의 새로운 세대교체를 색상으로 보여준다.




THE KING OF FIGHTERS XI

이 시리즈부터 연도 표기를 버리고 로마자 넘버링이 시작된다. 심볼 F와 어우러지게 디자인된 XI 엠블럼과 그 안에 타이틀을 배치한 스포티한 디자인.




THE KING OF FIGHTERS XII

다시금 클래식한 심볼 F와 가로형 타이틀을 결합된 형태로 돌아왔다.




THE KING OF FIGHTERS XIII

역대 KOF 로고 중 가장 세련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날카로운 XIII 폰트 주변을 감싸는 검은색과 푸른빛/녹빛의 안개 형태 이펙트가 우아하게 구성되어 있다.




THE KING OF FIGHTERS XIV

클래식의 부활. 2D에서 3D 그래픽으로 전환된 첫 정식 넘버링이다. 초기 KOF의 감성으로 돌아가자는 듯 90년대 특유의 심볼 F 레이아웃으로 구성되었고, 거대하고 묵직한 황금색 XIV와 붉은 불꽃으로 정통성을 강조한다.




THE KING OF FIGHTERS XV

이전 시리즈 XIII, XIV에 비해 XV의 로고는 많이 아쉽다. 형태, 구성과 비율, 이펙트 등 전반적으로..




스핀오프/리메이크 시리즈

THE KING OF FIGHTERS '94 RE-BOUT

KOF 1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94 리메이크. 원본 94 로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하단에 RE-BOUT 문구가 추가되었다.





THE KING OF FIGHTERS KYO

이번에 시리즈들을 다시 찾아보며 알게 된 어드벤처/RPG 장르의 스핀오프 작품





KING OF FIGHTERS R-1, R-2

네오지오 포켓으로 발매된 타이틀 시리즈. 저해상도의 작은 화면에서도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로고의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한 듯하다.





KOF DREAM MATCH 1999

폰트가 뚱뚱해졌다.




KOF EX NEO BLOOD





KOF EX2 HOWLING BLOOD

전작(EX1)의 날카롭고 기계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숫자 2를 휘감는 소용돌이 형태의 불꽃 이펙트가 매우 역동적이다. 스토리가 오로치 일족과 관련된 오컬트적 내용으로 깊어지면서, 로고의 형태도 짐승이 울부짖는(Howling) 듯한 야성적이고 주술적인 느낌으로 디자인 방향을 선회했다.




KOF MAXIMUM IMPACT

기존 KOF 로고의 레이아웃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파격적 구성. SNK가 최초로 시도한 본격 풀 3D KOF 스핀오프. 2D에서 3D로의 전환이라는 엄청난 충격을 로고 디자인을 통해서도 직관적이고 거칠게 전달한다.





KOF NEOWAVE

이례적으로 THE KING OF FIGHTERS 보다 'NEOWAVE'라는 타이틀이 훨씬 크게 상단에 배치되었다. 날카롭고 번개 같은 W 형태의 붉은 폰트가 매우 강렬하다.




KOF MAXIMUM IMPACT 2

격투 게임 치고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나비 문양이 돋보인다. (*나비는 이 게임에 첫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루이제 마이링크를 상징하는 모티브라고 한다.)





KOF MAXIMUM IMPACT REGULATION A

우측의 날카로운 은색 A는 숫자 4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A는 2003부터 정식 넘버링 주인공을 꿰찬 애쉬의 참전을 뜻한다고 한다.





KOF '98 ULTIMATE MATCH (UM)

KOF 시리즈의 명작 98의 최종 진화형 리메이크 타이틀. 기존 98 로고 (우측 이미지)의 푸른 톤을 바탕으로, 우측의 숫자 98을 두껍고 번쩍이는 재질로 바꾸었다.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 테두리도 추가되었다.





KOF 2002 UNLIMITED MATCH (UM)

앞선 98 UM이 뜨거운 불꽃이었다면, 2002 UM은 이와 대조되는 차가운 푸른 톤을 테마로 잡았다.





KOF SKY STAGE

KOF의 상징인 거대한 F 심볼이 날렵한 비행기의 날개나 메탈릭한 항공기 동체처럼 디자인되었다. 스카이 스테이지는 격투 게임이 아니라 종스크롤 비행 슈팅 게임이라고 한다. 쿄와 이오리 같은 캐릭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장풍을 쏜다고 한다;





THE KING OF FIGHTERS i

이펙트 표현이 아쉽다. 스마트폰(iOS) 시대의 개막을 알린 모바일 이식작으로, 여기서 i는 iPhone/iOS를 의미한다.





THE KING OF FIGHTERS ALL STAR

1994년부터 이어져 온 'The King of Fighters' 특유의 격투 감성을 계승하기 위해 기존 시리즈의 정체성 구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며 얻은 인사이트는 각 시리즈 핵심 캐릭터들의 스킬 효과가 로고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의미를 담아 Allstar 로고에 다양한 색상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THE KING OF FIGHTERS DESTINY

KOF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3D 풀 CG 애니메이션이자, 동명의 모바일 액션 게임 로고





THE KING OF FIGHTERS WORLD

태양의 일식 같은 둥근 천체가 로고의 중심을 잡아준다. KOF IP로 제작된 MMORPG 장르로, 대전 격투의 좁은 링을 벗어나 거대한 세계를 탐험한다는 스케일을 은유하기 위해 행성 모티브를 사용했다.





THE KING OF FIGHTERS for GIRLS

가장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로고. 마초적이고 거칠던 KOF 로고가 핑크빛 화장을 했다..! 핑크 베이스에 반짝이는 펄 텍스처, 하트 문양, 귀여운 서체까지 타깃층에 맞춰 변신했다.





THE KING OF FIGHTERS SURVIVAL CITY

이 게임은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 도시 건설 게임으로 캐주얼한 톤으로 제작되었다.





코어 아이덴티티 F 심볼의 변천사

아케이드의 브라운관에서 시작해 콘솔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KOF 시리즈는 단순한 대전 격투 게임을 넘어 (심지어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도전해 왔다.


수십 년의 요동치는 트렌드와 파격적인 장르적 변주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구심점은 바로 로고 중심에 굳건히 자리 잡은 F 심볼이다. 특유의 날카로운 골조만 보면 전 세계 누구나 단번에 킹오파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것이다.


결국 훌륭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고정불변하는 화석 같은 것이 아닌, 본질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생명력임을 KOF 로고 변천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KOF 올스타>의 로고를 작업하며 이 위대한 시각적 헤리티지를 접하게 된 점은 디자이너로서 값진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KOF 시리즈가 또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의 F를 그려낼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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