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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형 Jun 15. 2024

순수함

아기들의 웃는 표정을 보면 우리들은 흔히 ‘순수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사회생활을 하느라 순수함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들 한다. 뭐 정확히는 '잃어버린 내 동심'이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우리 학년이 서산에 있는 ‘성남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초대해 같이 놀아 준 적이 있다. 준비도 물론 친구들이 직접 했다. 수건돌리기 같은 게임과 경찰과 도둑,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물총놀이까지 즐겼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는 하지 않았고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나라도 사진을 찍지 않으면 이 장면을 추억으로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각자 친해진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찍어주었고, 또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으려 최대한 노력을 했다.    

 

사진을 찍고 구글 드라이브 폴더에 옮기면서 사진들을 다시 차근차근 보았다. 친구들이 아이들과 같이 간식을 먹는 모습, 아이들과 같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은 모습, 그리고 레크레이션을 즐기고 있는 친구들과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사진을 보면서 신기하게도, 나는 여기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아이들과 친구들의 표정이 비 오고 난 뒤의 날씨처럼 밝았다. 사진을 보았을 때 찍은 사람도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로, 너무나도 순수했다는 것이다. 다들 무엇이 좋길래 활짝 웃고 있었을까,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말고사로 인해 밤을 새우고 겨우겨우 기말을 끝낸 평범한 고등학생 2학년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하나 됨이었다.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던 것 같다. 기말고사에 치이고, 학업에 치이다가 학기 말이 돼서 다 같이 모여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있기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그리고 친구들은 기말고사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다. 시험은 너무나도 많았고, 밤을 새우더라도 공부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우리였고 이미 멘탈이 나가버린 고2였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 분명히 무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우리였으니까. 순수함? 뭐 그런 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내 친구들이 같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결정적으로 우리 사람에게는 순수함이 마음속 어딘가에는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순수함이 지친 사람들을 다시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임을 알게 되었다. 이 순수함은 차가운 현실에서 잃어버리기 쉽지만, 어떠한 방법을 통해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말고사로 고생해 순수함을 잊은 친구들 모두 성남 보육원 아이들과 노는데 거기서 나는 친구들이 아이들과 순수하게 노는 모습을 보아서 이렇게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집으로 외박을 나갈 때마다 일반 학교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 아이들은 지금 ‘입시’라는 거대한 벽을 뚫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매일같이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긴커녕 바로 학원 갈 준비를 하고 학원을 돌다 보면 집에 돌아오는 것은 10시라는 소식을.     


실제로 외박 때 잠깐 길을 걷다가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본 적이 잠깐 있었다. 다 하나같이 어두웠고, 전혀 생기가 없어 보였다. 그냥 그 친구들의 마음 속 에서 순수함을 전혀 느끼지를 못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살다 보니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순수함은 어찌 보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세상에서 순수함을 잃어버리면 우리 세상은 아름다운 색깔이 없는 마치 흑백처럼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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