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목)
1시간을 운전하여 회사에 도착했다. 언제부턴가 이 출근길은 익숙한 루틴이 되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감정이 찾아왔다. 시동을 걸 때마다 들리는 덜컹거림, 오래된 차창을 스치는 바람의 소리, 그리고 도로 위로 길게 드리워진 햇빛까지. 이 모든 것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15년이나 지난 나의 자동차, '카니발 리무진'은 이제 반짝임을 잃었지만, 나와 함께 늙어가는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처음 이 차를 샀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당시에 로망이었던 캠핑을 위해 스스로 마련한 첫 차. 그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이 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던 여름, 부모님을 모시고 달리던 고향길, 그리고 늦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에 마음을 기댔던 수많은 새벽들. 그 모든 순간에 이 차가 있었다.
세월은 자동차에도, 나에게도 똑같이 스며들었다. 언젠가부터는 차의 거친 엔진 소리가 낯설지 않게 들렸다. 마치 내 몸이 조금씩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머리카락에는 흰 빛이 하나둘 늘고, 체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한결 느긋해졌다. 나는 오늘 아침 운전대 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 둘 다 조금 느려져도 괜찮아.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잘 달려왔잖아.”
무엇보다 이 차와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뜨겁게 내리쬐던 2025년 여름 뙤약볕은 이제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공기가 스며든다.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이 짧은 순간을 차창 너머로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을 준다. 도로 양옆의 가로수는 조금씩 빛깔을 바꾸며,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차 안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마치 오래 달려온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 속삭이는 듯하다. 순간 나는 깨닫는다. 늙어간다는 것은 잃어버림이 아니라, 더 많은 기억과 무게를 품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언젠가는 이 차와 작별할 날이 올 것이다.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 길 한복판에 멈추거나, 수리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오늘처럼 시동을 걸고, 익숙한 도로를 달리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낡아가는 차와 낡아가는 나, 그 동행이 결코 초라하지 않음을 나는 안다. 오히려 함께 쌓아온 세월이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 마시는 아이스커피가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