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축복

2024년 9월 20일

by 달빛라디오

경북 고령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추석 명절 잘 보냈어?" 하고 먼저 안부를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층 밝아져 있었고, 서로의 근황을 짧게 나누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좋은 소식이 있겠다는 예감이 일었다. 그래서 곧장 물었다. "기분 좋은 일 있어?"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혼 소식을 전했다. "부장님 덕분에 제가 사람 됐습니다. 이제 시집가게 되었어요." 순간, 가슴이 뜨겁게 벅차올랐다. "와, 정말 좋은 소식이네. 진심으로 축하해."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사실 이 후배는 솔로를 고집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이 마흔이 넘도록 변변한 연인 하나 없었고, 승진에 대한 의욕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안타까운 마음을 품곤 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듯 보였고, "나이가 이런데 승진해서 뭘 하겠어요"라며 체념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조금 더 도전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승진에 성공했고, 정규직이 되었으며, 새로운 자리에서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의 장을 연다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사람을 돕는 일이 이렇게 큰 보람으로 돌아오다니. '내가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겼구나, 내가 그에게 또 하나의 길을 열어줄 수 있었구나.' 그 사실이 무엇보다 행복했다.


전화를 마무리하며 하나 더 주문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녀 계획도 세워봐. 인생은 늘 새로운 축복을 품고 있으니까."


끊어진 전화기 너머로도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오래도록 미소를 지었다. 나를 기억해주고, 그 기억 속에서 더 나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내 삶을 단단하게 붙잡아주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이었다.


지금 창밖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햇살을 쫓아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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