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4일
요즘은 하루가 너무 짧다.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손끝이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다. 일도, 집안일도, 아이의 숙제도 나를 찾는다. 나만 혼자 분주하게 돌아가는 건 아닌데, 그래도 내 하루는 유난히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정리도 안 되고, 어제 뭘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멈추고 싶다.
퇴근길에 문득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서울 와서 얼음 음료 한 잔 하면서 수다나 떨자.”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덮었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따뜻했다. 언제부턴가 이런 여유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한다. 집으로 가는 길, 노을빛이 창문에 부딪혀 들이치는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나, 너무 열심히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늘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가정이 내게 안식이 되어야 하는데, 가끔은 또 다른 ‘해야 할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가족이 내 곁에 있다는 게 큰 위로라는 것.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서로의 하루를 들어주는 그 시간이 내 삶을 지탱해 준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아. 바쁘게 살면서 옆을 보지 못하다 보면, 어느새 늙어버린 자신을 보게 된다.” 친구의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를 잊고 살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김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크리스천은 여유로워야 한다’는 말씀이 그제야 이해됐다. 여유는 단순히 시간을 남기는 게 아니라, 마음에 공간을 남기는 일이라는 걸.
바쁜 건 어쩌면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바쁨 속에서도 옆을 볼 수 있는 여유, 그것만큼은 놓치지 말아야겠다. 잠시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따뜻한 음료 한 잔 나누며 웃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다.
오늘도 분주한 하루의 끝에서 나는 다짐한다. 일의 노예가 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의 여유다.
그리고, 그래도 가족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