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소설을 마무리 하며

by 달빛라디오

연천의 봄은 다시 찾아왔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새싹들은 어느새 제 몫의 빛을 향해 자라고 있었고, 들판의 바람은 지난 계절의 흔적을 지우듯 부드럽게 불어왔다.


한준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밭을 일구며, 아내와 나란히 하루를 맞이했다. 손바닥에 남는 흙의 감촉은 낯설지 않았고, 도시에서 느낀 막막함 대신 작은 뿌리 내림의 확신이 스며들고 있었다.


쌍문동의 친구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규수는 여전히 땀 흘리며 일을 이어갔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힘겨울 때마다 연천으로 달려와 막걸리 한 잔에 마음을 풀었고,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창원은 무거운 상자를 나르면서도 딸의 웃음을 떠올리며 버텼다. 언젠가 은퇴하면 꼭 들판에서 흙 냄새를 맡으며 쉬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지숙은 딸의 혼례를 치르고 난 후 허전했지만, 친구들과의 만남 속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갔다. 그녀의 따뜻한 웃음은 여전히 모임의 중심에 있었다.


세빈은 병원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냈지만, 가끔씩 연천을 찾아 들녘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그녀의 단단한 미소는 여전히 모두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쌍문동과 연천은 서로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지만, 두 공간은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각자의 삶은 여전히 무겁고 불안했으나, 함께라는 사실이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밤이 되면, 연천의 별빛 아래서 한준은 늘 다짐했다.


“삶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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