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보다 먼저 낫는 마음

2025년 11월 26일(수)

by 달빛라디오

오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따끈한 아욱국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생선까스가 접시 위에서 바삭한 냄새를 풍기던 오늘 낮. 오전 내내 쌓였던 일들이 잠시 멈춘 듯, 숟가락을 드는 손끝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국물을 한 모금 넘기니 속이 따뜻하게 풀리고, 그제야 나도 모르게 “아, 좀 살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감기 기운이 슬며시 어깨 너머로 올라와 있었지만,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점심 후 회사 아래 카페로 내려갔을 때, 유자차를 주문했고 그 노란 향이 먼저 나를 반겨 주었다. 목이 칼칼해진 날이면 늘 찾던 메뉴라, 자연스레 손이 그 잔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우리의 자리로 와 슬쩍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감기 걸리셨어요? 오늘 겨울이라 새로운 메뉴 만들어봤는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그리고는 뱅쇼를 한 잔 내밀었다. 붉은 색 와인이 잔 안에서 은근하게 김을 올렸고, 향신료와 약재가 섞여 어른거리는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잠시 멈칫하다가 한 모금 마시니, 따뜻함이 목을 지나 가슴까지 느리게 번졌다. 마치 무심한 하루 한가운데 놓인 작은 위로 같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프지 말라는 마음이 건네지는 기분이네.’


별일 아닌 듯 보이지만, 누군가 내 몸 상태를 눈치채고 따뜻한 무언가를 건네주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감기라는 건 늘 사소하게 찾아오지만,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의 온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신호 같기도 하다.


오늘의 뱅쇼 한 잔이 감기를 완전히 고쳐주지는 못하겠지만, 마음 한켠은 확실히 덜 싸늘해졌다. 몸이 낫기 이전에 마음이 먼저 따뜻해질 때, 회복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감기여, 이제 그만 떠날 준비를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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