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5일(토)
아침 공기가 제법 찼다.
한 손에 골프채를 들고 연습장 문을 밀어 들어섰다.
몇 년 동안 잊고 지냈던 스윙의 감각이 어쩐지 어색했다. 이미 50대 중반
한동안 외면했던 취미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이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어색함 속에서도 묘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고민하던 요즘, 다시 골프 연습을 시작한 건 꽤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문 시절의 나는 책임감이 가벼웠다.
공이 빗맞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도 “다음엔 잘 치겠지” 하며 대충 넘겼다. 하지만 요즘 다시 스윙을 잡아보니, 그 가벼움이 결국 나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프로는 실패한 샷 한 번에도 이유를 찾고, 몸의 방향·팔의 각도·리듬까지 하나씩 바로잡는다. 책임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방식이구나, 골프채를 쥔 손끝에서 묵직하게 느껴졌다.
일관성에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예전의 나는 컨디션이 좋은 날에만 샷이 시원하게 나갔다.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몸이 풀리지 않았고, 마음도 쉽게 흔들렸다. 하지만 연습장을 다시 찾은 요즘,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이들이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공을 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그들은 기분이 어떻든 일정한 자세와 리듬을 유지하며 스스로의 하루를 채운다. 프로의 일관성이라는 건 타고난 재능보다도 오랜 시간 쌓여온 생활의 태도에 가까웠다.
연습 방식 또한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잘 되는 동작만 반복하며 스스로 만족했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재개해보니, 가장 부족한 백스윙 궤도를 바로잡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에너지도 배로 들었다. 그렇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 속에서 성장의 기미가 조금씩 보였다. 프로는 어려운 부분을 먼저 마주한다는 말이 뼈처럼 박혔다.
사고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오늘은 갈까 말까”를 몇 번이나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연습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감정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해야 하는 것’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목표는 재능보다 강한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워가는 중이다.
평가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나는 내 만족만으로 “이 정도면 됐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변화라도 외부의 기준, 실제 스코어, 구질의 흐름을 보며 나를 측정한다. 수년 만에 다시 잡은 골프채가 오히려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셈이다.
연습장 밖을 나오며 차갑지만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나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골프를 다시 시작한 건 단순한 취미의 회복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직 완전한 프로는 아니지만, 어제보다 단단해지려는 마음만큼은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
커피는 끊었으니 따뜻한 루이보스차 한잔 우려내야겠다.
오늘 나는,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