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다위의 면허증

2021년 12월 13일

by 달빛라디오

요즘은 주말마다 낚시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누군가는 고기를 잡기 위해, 또 누군가는 단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기 위해 배에 오른다.

화면 속에서 조타기를 잡고 바람을 가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장면에 마음이 머문다. ‘저걸 내가 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꿈처럼 남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동력레저수상기구 면허 시험이었다.

교재를 펼쳐 들고도 처음엔 용어 하나하나가 낯설었다. 마치 다른 언어를 배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바다를 향한 설렘이 그 모든 낯섦을 이겼다.

일주일간 안동호 수상연습장에 나가 조타기를 잡고, 실제 물 위에서 실습을 할 때면 물결이 배 밑을 스치는 소리조차 새삼스러웠다. 엔진이 울릴 때의 진동, 습기가 가득한 공기,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까지 — 모든 것이 내 안에 쌓여 갔다.

동력레저면허 후, 기왕이면 해기사 면허까지 취득하고 싶어졌고 3개월간의 노력을 발산하고자 포항해양고등학교까지 방문했다. 나보다 훨씬 더 높은 항해사 면허 취득을 위한 수험생까지 보였는데 그래도 소형선박이면 어떠냐? 나중에 내가 낚시배를 운전하는 날이 올지!


오늘에야, 드디어 ‘소형선박조종사’라는 글자가 적힌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카드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간의 시간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이제 배만 사면 되겠군.” 농담처럼 중얼거렸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꽤 진지하게 들렸다.

물론 언제, 어떻게 이 면허를 쓰게 될지는 모른다. 바다에 나가 낚싯대를 던질 날이 올지, 아니면 그저 서랍 속에 고이 간직될지.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단순한 말이지만, 그 속에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바다는 여전히 멀리 있고, 나는 여전히 육지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에 한 척의 배가 있다. 바람이 좋은 날, 그 배를 타고 파란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나를 그려본다. 언젠가 진짜 바다 위에서 조타기를 잡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마음속으로 파도를 탄다.


바다는 아직 멀지만, 내 안의 바다는 이미 출항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0일 오후 05_16_14.png

* AI를 통해 그려진 그림입니다.

이전 10화토요일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