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달리네
김한빈
열차는 풍경 속으로 달리네
차창 밖 먼산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겨울 들판이 바람처럼 달리네
부채 사북은 고요하지만
살 끝엔 바람 일 듯이
먼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북에 서서
내 삶에 내가 주인이 되려 했으나
겨울 들판처럼 바람 부는 가장자리에서
변죽을 울리지 않았더냐
세월이 저녁놀처럼 흐르고
어느덧 차창 밖 풍경이 어둠에 잠겨
산도 들판도 다 사라지고
남은 것은 나를 비추는 객실 등불이네
<문학도시> 2025년 7월 발표
시와 에세이, 문학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