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구름 그리고 바다
김한빈
잎이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으랴
멀리서 보면 미동 않는 나무도 잎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가지 많은 나무가 더 많은 바람을 품은 뜻은 무엇인가
바위처럼 굳센 사람도 속은 바람을 안고 있음이라
눈물을 품지 않은 구름이 어디 있으랴
새털같이 가벼운 구름도 슬픔의 씨를 품는 것을
대지를 덮은 구름이 더 많은 눈물을 품은 뜻은 무엇인가
자비로운 사람도 속은 구름을 안고 있음이라
파도가 일지 않는 바다가 어디 있으랴
고요한 호수도 바람 불고 비 내리면 파도가 이는 것을
수심 깊은 바다가 더 큰 파도를 품은 뜻은 무엇인가
산처럼 태연하고 무심한 사람도 속은 파도를 안고 있음이라
<문학도시> 2025년 7월 발표